소소한일상

계묘년설날

임재수 2023. 1. 22. 21:50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숙제를 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 오는 듯했다. 매번 참석자가 다르니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다는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은 육필로 쓰면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연습용 종이를 옆에 두고 한 글자 써 보고 정식 용지에 한 자 적고 다시 연습으로 한 글자 쓰고 정식으로 한자 쓰기를 반복했다. 여기저기 뒤졌지만 칼(커터)을 못 찾아 쓰기만 하고 자르기는 오늘 아침에 딸을 시켰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작년 설날  홀기를 찾아서 편집했다. 매번 참석자가 일정하지 않으니 수정할 곳이 적지 않았다. 인쇄까지 끝내고 나니 새해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너무 늦었다고 잠시 망설이다가 형제자매와 조카들이 함께한 카톡방에 올렸다. 오랜만에 참석을 하는 고등학생 질녀들 내일 아침에 차 안에서라도 좀 살펴보라는 당부의 말도 함께 전했다.

 

지금까지는 아니 코로나 이후에는 여러 가지로 소홀한 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참석자가 적으니 혼자서 여러 역할(홀기, 집사, 제주 등)을 하기 힘든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힘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우 대신 제수씨도 참석하시고 질녀 둘도 참석하니 좀 신경을 썼다.

 

여덟시 조금 지나서 도착한 질녀들 보고 당부를 했다. 음식차려 놓고 절하는 것보다 자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사든 차례든 형식이 전부는 아니지만 형식이 소홀하면 내용(마음)도 소홀해 진다. 학교 행사 때 사회보는 선생님이 붙이는 구령처럼 홀기를 읽으라고도 말했다. 내 뜻대로 진지하게 잘 따라 주어서 기분이 좋다. 

 

열한시쯤 부모님산소를 찾아 보고 동생들과 가족을 떠나 갔다. 1년 후에 대학입시가 끝나면 윗대 조상님들 산소를 모두 찾아 보자고 약속도 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간에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도리가 그렇다.

 

--아부지요 참 잘 했지요?

--장손은 왜 안 왔냐?

--사는기 너무 바뿌대유, 지가 종아리 걷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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