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부터 지독한 몸살을 앓고 어제 잃어나서 오늘도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소꿉동무들 만나서 즐겁고 놀면서 하루밤 같이 자고 났더니 이튿날부터 온몸이 지근지근 쑤시고 아파서 돌아올 때는 운전도 아예 집사람이 했습니다. “불량품 반품 하고 싶어도 반품할 곳이 없다”는 푸념을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낫겠지 하면서 쉬었는데 차도가 없어서 월요일 저녁 응급실로 갔습니다. 물론 그렇게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냥 있다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요일 오후 일반 진료를 받았습니다. 두 번 모두 병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진통제 소화제 정도 처방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몸만 아프다가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더니 사흘째부터는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리해서 난 몸살이니 푹 쉬어야 낫겠다 싶은 생각에 누워 있다가 잠만 잤습니다. 그래서 소화가 안 되고 체한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이번에는 억지로 라도 일어나 활동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 페이스 북을 열고 댓글도 달아 봤습니다.
어제 오랜 만에 마을 나들이를 가니 동네 사람들이 인사를 합니다. 사정을 듣더니 “어쩐지 요즈음 일을 열심히 하더니!”라고들 하십니다. “농사는 아무나 하나. 그 좋은 직장 뭐 할라고 그만 두고 이 고생을 하나! ㅉㅉ” 저를 안따깝게 여기시는 친척 어른신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혀를 끌끌 찹니다. 그러고 보니 같이 근무했던 동료 선생님들께도 가끔 “골치아픈 짓 그만 두고 신선놀음하는 게 부럽다”는 식의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진심이 아니고 위로의 말이란 것도 이해를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수업시간에 공부가 하기 싫어서 몸부림치는 소수의 아이들, 그들의 분위기에 따라가는 다수의 보통 아이들, 그러면 공부하고 싶은 소수의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 다는 사실, 그 상황에 능동적 대처하지 못하는 교사로서의 한계와 자괴감”을 말한들 무엇하겠습니까.
이제 조금 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조금씩 일을 해야겠지요. 적당한 휴식은 필요하지만, 나태한 삶 자체가 타락의 시작이니까요. 명예 퇴직하는 날 학생들에게 전한 “하루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강조하신 고승의 말씀을 내 자신도 실천해야 하니까요.
“잘 가노라 닫지 말고 못 가노라 쉬지 말라”는 옛 시조 명심하면서 적당히 쉬고 적당히 일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겠습니다. (2013.5.24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