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 봅시다.
장가를 들려면 지참금이 조금 필요한 시절 지독한 노랭이가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다 보니 성사가 안 되고 어느듯 과년한 딸이 셋이나 되었습니다. 옆에서는 딸들 나이가 너무 많으니 적당히 시집 보내라고 충고를 했지만 이 노랭이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머슴살이 해서 알뜰하게 돈을 모은 노총각 이 노랭집의 사위가 되기 위해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모은 돈이 조금 부족한 모양입니다. 퇴짜를 맞고 어깨가 축쳐저서 대문간을 나서는 노총각을 안주인이 넌지시 불렀습니다. 아마 사람됨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지참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자네 같으면 내 딸 맡길 만하네 오늘 자정 무렵 샛문을 살짝 열어 놓을 테니 들어 오시게. 저 방이 딸들이 자는 방이고 제일 오른 쪽에 누워 자는 아이가 맏딸이네 업고 도망치게"
영감님에게 맡겨 두었다가는 딸들 시집 보낼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새벽에 나타나 샛물을 살짝 열어 보니 열렸습니다. 딸들이 자는 방을 열고 제일 오른 쪽에 자는 처녀를 들쳐 없고 나와 대문을 나서 냅다 뛰었습니다.
이 정도면 안전하다 싶은 곳에 업었던 처녀를 내려 놓고 숨을 돌리려는데 처녀가 말했습니다.
"지는 세짼인디유!"
순간적으로 절망한 총각 쩔쩔매고 있는데
"그냥 지가 따라 가면 안 될까유
오래 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했습니다. 혹시 저작권 위배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4.2.1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