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천원을 따서

임재수 2024. 1. 23. 01:16
며칠전 회관에서 한 나절 화투 놀이를 해서 돈천원을 따서 집으로 돌아 왔다. 의기양양 자랑을 했다. 칭찬을 들을 줄 알았더니 "치사하게(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땄다고 그냥 와? (그냥 돌려 주지)"라는 핀잔이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시골에서 어르신들하고 놀면 그분들 수준에 맞추어 놀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대개 삼대삼 편을 갈라서 내기를 한다. 지는 편이 일인당 돈천원씩 내서 소주 한 병 사서 나누어 마신다. 술이 있으면 계란 사서 안주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술도 있고(또는 이미 마셨고) 안주도 적당히 충족 되었을 경우가 있다. 그런데 화투든 윷놀이든 대개 재미로 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천원씩 걸고 한다. 편을 갈라서 하는 화투 놀이에 져 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딴 돈을 그 자리에서 돌려 주는 것도 좀 이상하다. 그러면 우리 편이었던 다른 어르신의 입장은 무엇이 되는가.
상황에 따라서는 한잔 살 수도 있다. 그러면 몇 만원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고 같이 분위기를 맞추며 놀아야 한다. 이겨서 돈 천원 따면 "아지매요 어디 땅 한 자리 난거 없어요?" 하면서 큰소리 한번 치고, 져서 천원 때이면 " 큰일 났네 나 오늘 쫓겨 나게 생겼다" 하고 엄살을 떨기도 한다.
오늘 전적은 일승일패였다. 따서 주머니에 넣었던 천원 다시 나갔다. 매일은 아니고 사흘에 한번씩만 어울릴 생각이다. (20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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