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포장상자

임재수 2024. 2. 19. 10:28

마당에서 청소를 하다가 복길이의 전화를 받은 일용이는 식식거리며 들어 왔다. 딸한테 그러니까 사돈댁에 보낸 두부가 농약 상자에 담겨 있었다는 말이었다. 수입콩이 아닌 직접 농사지은 콩을 멧돌에 갈아서 가마 솥에 끓여 만든 시골 손두부라고 보냈던 것이다.


일용 : 택배 상자 포장 당신이 했어?
일용처 : 그런대 왜유?
일용 : 농약상자도 몰라? 도대체 생각은 하고 사는거야?
일용처 : 무슨 말이요? 나는 회장님댁에서 얻어온 부추 상자에 담아서~
일용모 : (마실갔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내가 바깠지.  너무 지저분해서. 사돈댁에 보내는 겅깨~
일용 : 어떤 상자로?
일용모 : 아리채 옆에 있덩거 아주 새거던대?
일용 : 그 그거 농약 상자인대
일용모 : 머시라? 이걸 우째노 사둔댁에~
일용 : 그렁깨 그런거 머할라고 모아 둬? 바로바로 버리라 캉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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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많은 어르신들 사이에 혹시라도 이런 실수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지어낸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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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가리점마을 두부 택배비용을 부득이하게 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지금까지는 비용을 절약하려고 포장상자를 재사용했습니다. 시내 나들이 할 때마다 마트에서 깨끗한 것으로 골라 두어개씩 주워다 날랐습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저분해 보이기도 할 것이고, 저희들은 구하기도 어렵고 포장하기도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배송중에 파손이 되는 것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전화를 받고 나면 입장이 난처합니다.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사 직원들만 탓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포장을 제대로 못한 발송인의 책임이라고 반성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고만하고 상의를 거듭한 끝에 정식으로 깨끗하고 튼튼한 새  상자를 구매해서 포장 발송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두부 1상자(15모)에 택배비(만원) 포함해서 6만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소매가격은 1모에 4000원이고 15모면 6만원이 됩니다.  소매(낱모) 가격과 1판 가격이 같다고 보면 충분히 이해를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가리점마을두부 계속 사랑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2023년 12월 18일

가리점친환경영농조합법인 드림

친환경 무공해라고는 하지만 쩝~
간장 1병 보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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