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도랑치고 가재 잡고

임재수 2022. 11. 4. 18:59

도랑치고 가재 잡고

땅과더불어

2020-10-24 23:48:44


2년전 장비를 동원해서 합배미를 했다. 그때 큰 돌은 대부분 깊이 묻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농사 지으려고 봄에 로타리를 치고 망을 지을 때 엄청나게 많은 돌이 보였다. 작은 것은 달걀 만하고 좀 큰 것은 도시락 정도의 크기였다. 콘티에 담아서 손수레에 싣고 갖다 버린 것이 몇 차례인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배수로(U관)옆으로 길게 골을 파고 돌로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파낸 흙은 밭(논) 가운데 물이 괴는 곳(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메꾼다는 복안이었다. 멀리까지 돌을 운반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으니 그야 말로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요 <꿩먹고 알먹기>였다. 

 

들깨 타작도 끝이 나고 폐 비닐을 걷으면서 실행에 옮겼다. 생각은 몇 달 전부터 했지만 그때는 다른 할 일도 많았고 들깨나 고추 등의 농작물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으니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던 우리집 환희네 이할배가 참견을 하고 나섰다.
"머해여"
"돌 정리해여"
"돌삐를 거다 묻으면 로타리는 우예 치는데"
"U간 개차운 데 그렁께 기계가 댕길 수 음는 곳에다 묻자나"
"자~알 생각해 바 공구리트 관에서 거리를 1자 두고 기계가 갈 수 있다고 하만 "
"그래서 "
"저렇게 돌을 박아 노만 거개서 또 한자~"

 

에구구 그렇구나! <도랑치고 가재 잡기>는 무슨 개뿔 <겨우 가재 한 마리 잡고 고무신 떨군>꼴이 되고 말았다. 힘이 쭉 빠져서 <좀 똘똘한 놈을 주~다 키우지 머 이런 아들을~>하고 애꿎은 엄마만 원망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환희네 이할매가 나타났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한 후에 실행에 옮기>라는 당부만 하셨다. 오늘 저녁은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황송하옵게도 훈제오리에다 막걸리까지 하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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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가 누구냐구요? 제 외손자 올시다

U관 옆에 묻으면 지장 없을 줄 알았더니 ㅠㅠ
낮아서 물괴는 곳(메꾸기) 오래 전 사진(2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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