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소소한 일상
2021-07-22 12:44:25
이것 저것 재다가 고사리밭으로 갔다. 장화 신고 장갑끼고 들어 섰다. 아홉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지만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아서 금방 옷이 젖었다. 고사리는 무성했지만 그 사이로 삐쭉삐쭉 솟아 오른 풀들이 영 보기 싫었다. 개망초 도깨비 바늘 명아주 강아지풀 등이다. 고사리를 살살 벌려서 길을 만들고 다니면서 뽑았다. 그러자니 영 능률이 안 오른다.
--즈거는 왜 그양 두노?
--하나 뽀바로 가만 싸기 더 믹키요!
--일이라카마 돗바눌로 재를 치는기 싸글 반는다고?
--그기 아이라요!
--그만?
--한두개 뽀바로 그까지 갈라카다 애만 고사리 뿔개만 도루 혼나유!
--니 시방 무신말 하노?
--마 그런기 이써요!
낮차 들어오고 조금 더하고 시계를 보니 열한시 조금 지났다. 오늘이 대서인데 무리하지 말자고 이정도로 끝냈다. 집에 와서 씻고 책상 앞에 앉았다.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려고 컴퓨터를 켜는데 도착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신 박상률 작가님이 보내신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라는 산문집이다. 행복하게도 시인과 겸상을 하고 밥을 먹는 진돗개의 이야기이다. 아니 진돗개의 눈을 빌려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담았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페이스북에서 댓글로만 소통한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저를 기억해 주시고 새책을 내실 때마다 이렇게 서명까지 해서 보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다. 자랑하고 싶은 급한 마음에 첫편 <세상 맑아졌다>만 먼저 읽고 올린다.
--머 니가 책을 낸다고?
--이키 보내는데 우째요!
--그래서?
--나도 보내야 사라매 도리가 아잉가요?
--ㅉㅉ 그 사람들은 거기 업잉께 책을 보내고
--저는요?
--너는 농사나 지이 가이고!
--지가 지인거는 쪼매 거시기하구만요
--이웃들 것도 좋고 마실 기업에서 항깨 한 것도 있자나
--아하 알아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