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한낮에
소소한 일상
2021-08-01 20:04:15
글쎄 내말 좀 들어 보이소. 지나가던 길손이 묵어가기를 청하면 하룻밤 정도는 재워 주는 것이 시골 인심이었지요. 그럴 형편이 못되면 사정을 말하고 최소한 미안한 표정은 지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수. 그래야 그 양반도 다른 집을 찾아 나설 것이구요. 아 그런데 재워 줄 듯 시간만 끌다가 날이 저물고 난 뒤에 내 쫓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구요. 누가 그러겠수. 놀부란 놈이 그랬다고 하더이다. 예전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 우리집에 그 비슷한 일이 오늘 있었지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러 가니 물이 찔끔찔끔 병아리 눈물만큼 나오는 듯하더니 곧 그치더라구요. 세수도 못하고 이장님한테 전화하니 아직 모르고 있었지요. 아마 우리집이 제일 높은데 있기에 먼저 물이 끊어지는 탓일겁니다. 낯도 못 씻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밥은 했지만 물이 안 나와 반찬이 없다고"변명을 하더라구요. 제가 뭐 세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그런 일로 트집을 잡으면 쓰겠어요?
아침 먹고 냉장고 물 끓여서 커피 타 마시고 양치도 못하고 들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들에 가면 땀으로 목욕을 할 것이 뻔한데 어떻게 씻을 것이냐> 물어 봤지요. 잠시 생각하더니 오전에 쉬고 오후에 가자고 하네요. 옥수수만 조금 따면 되니까 저녁 무렵에 해도 충분하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마지 못한 듯이 주저 앉아서 컴퓨터 켜고 놀았지요. 아 그런데 얼마 후 쫄쫄 물 흐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열시가 안 된 시간이라 어쩌면 좋을지 몰라 눈치를 살피니 계속 쉬라고 하네요.
그리고 또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지요. 여기 저기 웹서핑을 하다가 일기 예보를 보니 아 글쎄 오후 4시부터 비소식이 있고 내일도 비가 온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실직고했습니다. 옥수수란 것이 수확시기를 지나면 딱딱하고 맛이 없어집니다. 점심먹고 따러 간다고 선언을 하네요. 한여름에 그것도 한낮에 들에 간다니 지독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차마 말은 못했지요.
정확하게 두시에 나갔어요. 손수레에 콘티 4개 챙겨서 싣고 갔지요. 얼마나 더운지 비오듯 땀이 흘렀어요. 익었지 싶은 것 따서 담으니 3상자 조금 더 되었구요. 그리고 나니 녹두도 따자고 하네요.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더위 탓만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요. 나는 서서 위에서 보이는 것 따고 무릎이 안 좋은 그양반은 내 뒤를 따르면서 앉아서 땄지요. 그렇게 덥더니 어느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올듯하네요. 그래서 철수 했어요
칠성 : 시언한 아침에는 시라고 인심 쓰는 척하더니~
칠구 : 대나제 일시키더라 이말?
칠성 : 완전히 심술보여!
칠구 : 놀부마누라라고 하만 대겐네!
칠성 : 안대여 그건 딧 감당 몬해여!
칠구 : 그러만 흥부네 형수라카만 대네
칠성 : 마자마자!
팔구 : 칠성아 그럼 흥부네 형은 누군데
칠성 : 어? 응? 그렁께 칠구 너 이자식 가만 안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