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를 하면서
이웃과더불어
2021-12-05 22:09:48
[장면1]
전날 절인 배추를 씻는 단계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칠십을 훌쩍 넘기신, 수십 년간 집에서 김장을 해 오신 프로급 아지매들 사이에서였다.
[너무 오래 즐이만 김치 마시 읍당께]
[그래도 이건 너무하자나 완전히 생거 갓태여]
[버무리기 전에 소곰 쪼매 뿌리만 대자나]
[핀할라고 주문하는걸 소금 더 뿌리라카만 말이 안대지]
[거키 포시라분 사람은 김치 사먹겟지 슬마 김장 담글라고]
점점목소리가 높아만 가는데 옆에서 아저씨 한분이 말리고 나섰다.
--아이구 아지매들 왜 이카심니까. 싸아도 댈닐을 말로 하시만 우옘니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언쟁은 결국 무승부로 끝이 났다.
[장면2]
김장하는 날이었다. 전날부터 육수를 끓이고 마늘을 까고 속으로 넣을 갓을 다듬고 무우 채를 썰고 옆에서는 부산을 떨었다. 고춧가루는 벌써 며칠 전에 방앗간에서 빻아다 두었다. 전날 저녁에는 나도 분부를 받자와 절구로 마늘을 찧었다. 당일에는 아침을 먹고 나서 뒷집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지폈다. 수육을 삶으면서 동생들이 자고 갈 방에 군불도 때는 셈이었다. 갓 버무린 김장 김치와 수육을 안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일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군침이 돌았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고 그 유명한 고랭지 절임 배추만 오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택배가 오지 않아서 옆에서는 조바심이 났다. 하루 전에 미리 도착하도록 주문을 하자고 옆에서는 말했었다. 요즘 택배는 정확해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내가 우겼었다. 배추를 너무 오래 절여도 김치 맛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점심 때가 조금 되기 전 이집 저집 동생들도 도착했다.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니 금방 택배차 한대가 다녀가더라고 했다. [그것 봐!]란 듯이 옆사람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째려 봤다. 그때 아랫 모티 사는 석대씨도 들어 왔다. 막내 동생 친구이자 후배인데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왔다고 했다. 다급한 나는 인사도 받는둥마는둥 전화기를 찾아 들었다.
--배차가 왜 안 옴니까?
--그걸 우리가 우예 암니까?
--우째 그키 무채김한 말쓰믈?
--어재 학실히 보내썽께 도착 시간은 우리도 모리지요! 조해해 드릴까요? 동상주 터미널에 도착해서 배송중이라~
그런데 옆에 있던 석대씨가 전화기를 달라고 눈짓을 한다. 내가 머뭇거리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거의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무슨 택배사를 이용하는지 물었다. 알았다고 하면서 끊더니 다시 자기 전화를 꺼내서 걸었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옆에서도 다 들렸다.
--구영이냐? 나 석대다 우리 마실 칠성이 성님께 오는 택배 있나?
--여러개 반는데 자시는 모리겟다!
--운제 오나?
--봉상 하흘 돌앗고 장터 금방 끝내고 재너머 무릉쪼그로 갈라칸다. 가리즘은 아마 저녀따메~
옆에서 들리는 말을 들으면서 제수씨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저녁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았다.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만 우리 성님꺼는 자네 사무실에 그냥 두고 가만 조캔네!
--우쨀라고?
--급해여 우리가 금방 차몰고 갈끼다
나는 자동차 열쇠를 찾아 들고 나섰다.
[장면2]는 어디까지나 허구이며 특정한 개인의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저런 비슷한 전화를 받은 적은 있습니다. 실제는 반대로 우리는 판매자이고 조바심이 난 사람은 가리점마을 절임배추를 사 주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정보 절임배추를 주문하여 김장을 담글 때 고려할 사항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지정한 날짜에 도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택배사에 문의를 해 보니 하루 정도 지연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룻만에 도착한다는 전제하에 보내지민 예외도 있을 것입니다. 토요일에 받아서 하시려는 분들은 더욱 신중해야만 하겠습니다. 우리가 금요일에 발송하면 토요일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만약 예외의 사정이 발생하면 일요일 건너뛰고 월요일에 배송된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 되겠습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 주말에 친지들과 모여서 함께 하시려는 분들은 생각을 많이 해 봐야 하겠습니다.
아참 월요일에 김장을 하시려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마 주말에도 근무하시고 월요일이 휴무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택배 발송이 안 되니 우리로서는 금요일에 발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요일에 포장한 것을 사흘 후인 월요일에 버무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시원스런 답변을 드릴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도착 시간이 궁금해서 전화하신 분들은 참 많았습니다. [몇 시쯤 배달한다고 문자가 와야 하는데 안 왔다] [나와 같이 주문한 00동 사는 언니는 오전에 받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안 왔다. 그럼 잘못된 것 아니냐] 등등 사연도 많았습니다. 도착 시간은 전적으로 배송하시는 분이 순회하는 경로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가 보낸 택배는 발송터미날에서 배송터미널까지 밤중에 이동이 끝납니다. 그리고 배송하시는 기사분은 아침에 인수해서 하루종일 배달을 하십니다. 그러니 오전에 일찍 받을 수도 있고 오후도 아닌 저녁에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궁금하시면 택배사(배송터미날)를 통해서 배달원께 문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문하신 물품을 발송했다고 택배사 이름과 송장번호까지 보내 주는 곳(쇼핑몰 등)도 많은데 저희들은 아직 거기까지는 챙기지 못했습니다. 농사일에 바쁜 산골 마을에서 처음으로 벌이는 사업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착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신 분은 계셨지만 도착 날짜가 하루 이상 지연된 적은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덜 절였다] [너무 절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장면1]에서 보시는 것처럼 수십년 경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일치가 안 되는 영역입니다. 그래도 소중한 말씀 귀담아 듣고 내년에는 더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바입니다. 주문하시는 분들마다 조금씩 다른 취향에 다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 최고의 상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문하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