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더불어

맛있는 쓰레기

임재수 2022. 11. 4. 19:42

맛있는 쓰레기

이웃과더불어

2021-07-24 22:06:36


귀동 : 하토 치던 양반 어데 갔수?

응삼 : 기다리다 읍는 손자 항갑 지나가겐네!

종기네 : 손자라도 이쓰민서 그카만 덜 밉지!

한참을 생각하던 쌍봉댁이 난초 껍데기를 내고 패를 제끼자 팔공산 열이 뒤집어 졌다. 맞은 편에 있던 종기네가 슬거머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다음 차례인 귀동이가 난초를 찍었다.

종기네 : 남의 것 다 보고 그카만 대여?

귀동이 : 그럼 이거 낼까유?

종기네는 씩씩거리며 들고 있던 난초 십오를 빼 놓았고 귀동이는 나머지 한 장을 내 밀었다. 비 열인데 응삼이가 먼저 비를 먹었으니 규칙상 낼 수 없었다. 남자편에서 50을 따서 480이고 여자편은 이제 겨우 205이다.

응삼 : 500원만 받을께 그만 항복하시지요?

쌍봉댁 : 먼 소리여 길고 짤분건 대바야 알지

귀동 : 대봐도 맨날 그러터만!

 

그러던 차에 트럭이 한대 정자 앞에 멈추어 섰다. 소재지 농협에 볼일이 있다고 나갔던 용식이였다. 봉다리 하나를 들고 내렸다.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하나씩 돌렸다.

용식 : 더운데 션한거 항개씩 잡수셔유!

일용네 : 머 이렁걸 다!

종기네 : 잘 먹을게유!

일용네 : 하여튼 회장님댁 아드님들은 인정이 참 많아유!

저 멀리서 일용이가 나타났다. 이때까지 일을 했는지 땀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김회장댁이 불러서 꺼내 주었다.

김회장댁 : 마침 딱 항개 남았구먼!

 

고맙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하고 먹고 나더니 한마디 했다.

일용이 : 폭염 경보가 내린 탓인지 쓰레기도 참 맛있네유

김회장댁 두 눈이 똥그래지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일용네가 아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일용네 : 니 시방 무슨 악담을 그리 심하게 하노?

일용이 : (아이스크림 담아 왔던 봉투를 들고서) 이 봉다리 탓이에유!

쓰레기 봉투였다. 여기저기서 서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웃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먹고올걸  (0) 2022.11.04
절임배추를 하면서  (1) 2022.11.04
메주자랑 콩자랑  (0) 2022.11.04
또배달사고  (1) 2022.11.04
졸장부대법원장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