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쓰레기
이웃과더불어
2021-07-24 22:06:36
귀동 : 하토 치던 양반 어데 갔수?
응삼 : 기다리다 읍는 손자 항갑 지나가겐네!
종기네 : 손자라도 이쓰민서 그카만 덜 밉지!
한참을 생각하던 쌍봉댁이 난초 껍데기를 내고 패를 제끼자 팔공산 열이 뒤집어 졌다. 맞은 편에 있던 종기네가 슬거머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다음 차례인 귀동이가 난초를 찍었다.
종기네 : 남의 것 다 보고 그카만 대여?
귀동이 : 그럼 이거 낼까유?
종기네는 씩씩거리며 들고 있던 난초 십오를 빼 놓았고 귀동이는 나머지 한 장을 내 밀었다. 비 열인데 응삼이가 먼저 비를 먹었으니 규칙상 낼 수 없었다. 남자편에서 50을 따서 480이고 여자편은 이제 겨우 205이다.
응삼 : 500원만 받을께 그만 항복하시지요?
쌍봉댁 : 먼 소리여 길고 짤분건 대바야 알지
귀동 : 대봐도 맨날 그러터만!
그러던 차에 트럭이 한대 정자 앞에 멈추어 섰다. 소재지 농협에 볼일이 있다고 나갔던 용식이였다. 봉다리 하나를 들고 내렸다.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하나씩 돌렸다.
용식 : 더운데 션한거 항개씩 잡수셔유!
일용네 : 머 이렁걸 다!
종기네 : 잘 먹을게유!
일용네 : 하여튼 회장님댁 아드님들은 인정이 참 많아유!
저 멀리서 일용이가 나타났다. 이때까지 일을 했는지 땀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김회장댁이 불러서 꺼내 주었다.
김회장댁 : 마침 딱 항개 남았구먼!
고맙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하고 먹고 나더니 한마디 했다.
일용이 : 폭염 경보가 내린 탓인지 쓰레기도 참 맛있네유
김회장댁 두 눈이 똥그래지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일용네가 아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일용네 : 니 시방 무슨 악담을 그리 심하게 하노?
일용이 : (아이스크림 담아 왔던 봉투를 들고서) 이 봉다리 탓이에유!
쓰레기 봉투였다. 여기저기서 서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