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배미를 합치기
땅과더불어
2018-12-01 13:48:08
논배미를 합쳐서 하나로 만드는 공사가 오늘에야 끝이 났다.
물려받은 논이 너 마지기인데 세 배미로 나누어져 있었다.
"요즘 장비 좋으니 한 배미로 합쳐야 일하기가 수월하다"고 주변에서 많이들 권했다.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방거치가 앞으로 농사를 얼마나 짓겠어"
"잘못하면 새로 사는 값 드가지"
"산골 논 파만 돌만 나올낀데" 등의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오른쪽을 통과하는 수로가 있는데 여기서 갈라진 관이 우리논 윗배미와 중간배미 사이를 가로 질러 왼쪽 끝에서 다시 아래로 흐르게 되어 있다. 십수 년전 공사할 때 동의를 해 주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임의로 손을 댈 수 없는 처지였다.
"그 땅을 다리가 부치더라도 제대로 해나야 대여"
"잘해노만 나중에 팔아도 드간 돈 다 바다여"
등의 말에 구미가 동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수로관을 이전 설치해 준다고 했다. 그래서 두 공사를 엮어서 하기로 했다.
지난 달 7일에 공사를 시작했다. 수로관을 먼저 걷어 냈다. 그리고 윗배미 높은 부분을 깎아서 아랫 배미와 균형을 맞추었다. 표면의 좋은 흙은 먼저 긁어 내어 한쪽에 쌓아 두고 나오는 돌은 여기 저기 깊이 파고 묻었다. 다행히 살(흙)이 좋았고 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좀 깊은 곳 밑바닥에는 단단한 흙이 반석처럼 깔려 있었다. 그래서 물이 잘 안 빠지는 것이라고 말들을 했다.
둘째 날에는 비가 많이 왔다. 오후 3시쯤 되어서 장비 하나가 철수했다. 비가 와서 진흙탕이라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큰 장비가 조금 비싸지만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해서 시내에서 불러 온 것이었다. 타이어로 움직이는 것이라 진 땅에서는 제몸도 간수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궤도를 장착한 작은 장비만 남아서 일을 계속했다. 적은 양의 물이지만 오른쪽에서 위쪽을 돌아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확인하고 중간 단계를 완료했다. 수로관 놓을 준비가 된 것이었다.
수로관 매설은 면에서 발주한 공사인데 15일에 시작했다. 장비는 한 대인데 보조가 셋이 따라 붙었다. "깊이 잘 묻도록 지켜 보라"고 집안 어른들께서 나를 보고 신신 당부를 했다. 보온병에 커피 여러잔을 준비해서 나가 보았다. 시작 지점이 끝보다 60전 높다고 했다. 시작부분을 20전 낮추어 달라고 했다. 진행 과정에 보니 위쪽 논둑 밑을 너무 파는 것이 영 불안했다. 논둑이 무너지면 우리 책임이 되는 것이라 참견을 했다. 논둑과 U관 사이 간격이 있고 그 틈을 메우면 비스듬하게 되니 걱정 마시라고 하셨다.
수로가 굽을 때는 관과 관이 이어지는 부분 곡선 밖의 틈이 벌어지게 된다. 직선일 때도 심하지는 않지만 물이 샐 정도의 틈은 생긴다. 그래서 그 부분을 메꾸어 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그분들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관이 주변 땅(논밭)보다 높은 경우에는 물 샐 틈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주변 보다 낮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관속을 흐르는 물이 새는 경우도 있지만 비가 내려 경지에 고인 물이 관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16일 오후 새참 때 또 커피를 들고 갔다. 그런데 사람도 없고 장비도 보이지 않았다. 뭐 도망갈 리는 없겠지만 언제라도 다시 와서 해 주겠지만 그 다음날 다른 사정이 있어서 전화로 알아 봤다. 갑자기 다른 사정이 생겨서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 수로관 놓을 자리 파면서 나온 돌들을 되메우기 할때 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했다. 17일 모임 갔다가 18일에 돌아 오니 수로관 공사는 끝난 상황이었다.
다시 어제부터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다. 대충 높이를 맞추고 난 뒤에 다시 파고 유공관을 묻었다. 수로관이 갈라지는 부분(중간 배미 오른 쪽 상단)밑에서 물이 나는데 그 물을 빼내기 위해서다. 아래쪽으로 바로 빼면 물리적으로는 잘 내려 가겠지만 아랫쪽의 경지에 피해를 주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왼쪽 아래로 대각선으로 길게 묻었다. 관을 나르고 연결하는 과정에 나도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오늘 끝이 났다.
<물이 아래로 흐르지 위로 흐르는 법이 있느냐>고 동네 아지매들께서 참견을 많이 하셨다. 오른쪽 중간에서 바로 아래로 빼서 왼쪽끝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윗배미를 파서 낮추었으니 위가 아니건만 아직도 위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래에서 위로> 돌아 가는 과정에 틈새로 물이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걱정들 하셨다. 시작부분에서는 물이 좀 있었는데 중간부분에서 물이 숨바꼭질 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끝부분에 가서는 분명히 많은 물이 아래로 흘러 갔다. "U관 밑으로 공간이 있으면 아래로 흐르다 막히면 연결부분의 틈새를 타고 솟아 올라 위로 흐른다" 공사를 하시는 우리마을 박기사의 해석인데 이것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년에는 저 논에 무얼 심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