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영식이 앞으로 보내는 편지

임재수 2023. 1. 16. 20:45

산골 분교의 어려운 사정과 새 학교를 지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편지를 썼다. 5학년 때로 기억하지만 그 시기만은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불러 주시는 대로 썼는지 아니면 내 나름대로 썼는지 그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편지를 받아 볼 사람은 우리 또래의 어린이라고 들었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학교(건물)을 새로 지어서 이사를 갔다. 6학년이 되고 난 뒤 여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해 새로 부임해 오신 담임선생님께서 우리를 비웃었다. "영식이가 몇살인지 아냐? 너들보다 두 살 아래다. 어린애보고 그런 편지를 쓰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세월은 흘러 군복무 시절에도 그런 편지를 또 썼다. 레이건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편지였다. 가방끈이 긴 사람 불러서 쓰라고 했으며 영문과 출신을 동원해서 번역을 한다고도 들었다.  마음에도 없는 짓을 했으니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 편지를 실제로 보내기는 했는지 말단 소총수로서는 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취임을 축하하는 편지까지 쓴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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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라고 써 놓고 "박□만"이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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