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는 이런 풍문이 돌았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이미자씨의 목을 미국에서 사 두었다. 그분이 돌아 가시고 나면 목을 해부해서 노래 잘 부르는 비밀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본다. 뭐 이런 것이었다. 지금에서야 말도 안 되겠지만 내 주변에서는 어느 정도 먹혀들어갔다.
학창시절 마지막 소풍은 72년도 봄에 갔었다 (가을부터는 교련복 입고 목총들고 가는 행군). 학급별 모임이 끝나고 학년 전체가 모여서 장기 자랑할 때 나는 경악했다. 동급생 하나가 <뷰티풀 선데이>를 원어로 그리고 온몸으로 불렀다. 그렇게 많이 흔든 것도 아닌데 몸짓 하나하나에 열정이 묻어 나왔다. 우리 말로 번역한 노래는 훨씬 뒤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걔들(서양 사람들)도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생존자의 목을 미리 ~]는 것이 근거 없는 낭설임을 확인했다.
'추억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밭나락을 아십니까? (0) | 2023.04.15 |
---|---|
영식이 앞으로 보내는 편지 (0) | 2023.01.16 |
크라운산도 (0) | 2023.01.07 |
전기 이야기 (2) | 2022.12.17 |
생알떡국 (1) | 2022.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