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우째 이른 일이

임재수 2023. 2. 27. 14:45

장수 : 우째 이런 일이?
칠성 : 먼 닐?

장수 : 자고 일나 봉깨 이른이라네!

칠성 : 글쎄 이런 일이 머냐고?

장수 : 내 나가 벌써 이른 살이래여!

칠성 : 칠시비라니? 무슨 헛소리냐!

송규 : 야, 그기 아이다. 장수는 우리보다 두 살 ~

칠성 : 그래도 그렇지, 일흔 살은 말도 안댄다!

송규 : 니캉 내캉 올개 및인대?

칠성 : 가만 이써바라 긍께 예순하고도 여들이네

송규 : 우리도 2년바께 안 나맛써!

칠성 : 머? 누기야 나한테 나를 갖다 앵긴 사람?

장수 : 누구긴! 그노매 세얼이지!

칠성 : 장수헝아, 헛소리 운운해서 미안해유! 담부터는 깎듯이 성님대접~

장수 : 그카만 날 도루 욕비는 거여! 사십년 이상 친구였는디 ~

 

동기들 단톡방에 친구하나가 "일흔이 되고 보니"란 글을 올려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생각해 보니 그친구 우리들보다 두 살이 더 많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에게도 일흔이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칠십이 되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공자님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해도 지난 날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산을 오를 때 죽자살자 앞만 보고 걸을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경치도 돌아보는 것처럼 여유롭게 살자는 말이었습니다. 
다음에 전문을 소개합니다.

=================

 일흔이 되고 보니(장광수)

    2023년 계묘년(癸卯年), 까마득히 멀리 있는 남의 세계라고만 여겼던 70대에 나도 입문하게 되었다. 나이 들수록 세월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심리학적․뇌과학적 이론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요즘 들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 2, 3년 지난 것 같은데, 헤아려 보니 벌써 13년 전 일이다. 
    그러나 빠르게 흘러가건 느리게 흘러가건, 세월의 흐름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거기에 맞추어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하고 더욱 중요하리라.
    공자님은 나이 70을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하셨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크고 작은 현실의 문제에 얽매여 있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법도를 모르니 불유구(不踰矩)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다. 다만, 지난날의 내 삶을 돌아보는 약간의 여유는 생겼다.
    학창 시절부터 현장에서 은퇴한 60대 중반까지, 나는 너무 강퍅(剛愎)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때 기차 통학을 하면서부터 생긴 버릇이지만, 0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어 06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이 은퇴할 때까지 몸에 밴 습관이었고, 산행에서는 길바닥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으며, 분위기에 취해 맛도 모르고 술을 퍼마셔 댔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살 이유가 어디 있었나. 산행에서는 주위의 경치도 좀 둘러보며 느릿느릿 진행해도 될 일이며, 곡차(穀茶) 한두 잔이라도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곡차가 아니라 진짜 차의 향기도 맡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체력에 맞게 느릿느릿 세월을 따라가면서,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갈 일이다.
    외손녀가 커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맘때 나는 어떠했나 싶어 혼자 빙그레 웃기도 한다. 그 시절로 내가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는 되는 것이다.
    (2023년 2월 19일)

'웃음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차운데 핀 꽃  (0) 2023.04.06
바다산짜  (0) 2023.03.05
딱 오십삼년  (0) 2023.02.27
검불십년  (1) 2023.02.20
고래잡지마  (0)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