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규격을 바꾸었으면

임재수 2023. 5. 18. 23:11

A4 용지에 세로 여섯 줄 가로 두칸 짜리 라벨지, 뭐 대략 이정도로만 알았었다. 팔자에 없는 두부 장사를 하면서 약 15개월 동안 그렇게만 알고 사용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마을에서 생산하여 상주생각 등에 납품하는 두부에 붙이는 라벨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투른 솜씨로 필수 사항만 적어 넣고 잉크제트프린터로 찍어서 붙였다.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에다 저온 저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젖어서 번지기도 하는 등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시골 마을 주민들이 만드는 촌두부의 냄새가 난다는 말에 위안을 삼으면서 버텼다.

 

그러니까 지난 12일에 배달하러 나가려고 작업장에서 두부를 싣다가 중간에 잘려서 못쓰겠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슨 말이냐고 항변을 하다가 내미는 증거물 앞에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사우나분식 은척농협 그리고 상주생각 배달을 마치고  들어 와서 다시 한번 인쇄를 했다. 막힘 없이 술술 잘 나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처음(왼쪽)부터 1cm가까이 어긋났다. 이놈의 프린터가 나를 골탕먹이려고 컴퓨터하고 작당을 했나. 저장해 둔 화일은 누군가 조작을 했나. 오만가지 추측을 다 했다.

 

두부 작업장을 뒤져서 다 쓰고 버린 용지(테두리만 남은 것)를 찾아 왔다. 새 용지와 비교해 보니 아뿔사 규격이 달랐다. 새 용지는 상하 여백이 각각 1cm 정도 좁았다. 그러고 보니 상자의 색갈도 달랐다. 상자 뒷면에는 신-구 용지의 규격이 각각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규격을 표시하는 번호도 2107에서 3212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그냥 과거에 그려둔 그대로 인쇄를 했으니 맞을 리가 없었다.

 

규격이 달라졌다고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써 붙이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정도의 배려는 고객을 위해서 베푸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이제는 살 때마다 수치로 표시한 자세한 규격 읽어보고 확인해야 한다는 말인가!(23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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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 15(3×5)이 들어가는 라벨지는 아예 안 나온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친환경인증 농산물]임을 표시하는--라벨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시내 나간 김에 구입하려고 문구점으로 갔습니다.

단골 문구사는 내일 오후에 문을 연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규격은 없었습니다. 확인하고 보니 목록에도 아예 없었습니다. 그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ㄹ사(제가 평소에 사용하던)의 제품이 아니고 ㅇ사의 것임을 안 것은 조금 뒤였습니다. 문의해 보니 ㄹ사의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냥 돌아 와서 ㄹ사 제품 목록(상자 뒷면에 있는 것)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아뿔사 신형목록에는 그 규격이 안 나오고 구형 목록에만 나와 있습니다. 구형라벨은 대량주문시 제작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제가 대량 주문할 처지도 못 되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대형문구사를 뒤지고 다니면서 재고품을 찾아 내야 하나 아니면 이 참에 디자인을 바꿔야 하나. 시력도 딸리고 솜씨는 더더욱 자신이 없는데 쩝(23520일 저녁에 첨가)

 

달라진 규격의 새용지에 인쇄를 하니
상하 여백이 넓은 구 용지
이 내용 자세히 읽어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구
없어지는 규격(1장 15면--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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