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막 치급 하는거야 시방? 내가 클러치도 모리까바?
--잘 보랑깨, 좌우 둘이자나?
--둘이만 머해? 꼭 필요한 핸들이 읍자나!
--클러치가 머하는 건지 알아?
--동려글 끈엇다 이사주기도 하고
--이쪼근 끈코 저짜근 이아주만?
--저짝 동태만 돌것지
--한쫑만 돌만 야가 어대로?
--앗 그러쿠나!
오늘 들깨 타작을 했습니다. 작년보다 양이 조금 많을 듯해서 마을 공용 탈곡기를 이용했습니다. 먼저 사용하셨던 이장님이 차에 싣고 와서 내려 주고 간 것은 어제였습니다. 양쪽 클러치를 차단하고 스위치를 온으로 돌려놓고 시동줄을 당기는 시범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작업 클러치를 연결하고 빨간 점이 둥근 원으로 보이면(회전 속도가 적당하게 되면) 들깨를 집어 넣어라는 당부까지 했습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이슬이 마르지 않아 철수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오늘 오후에는 사용 일정이 없었습니다.
오후에 나가서 보니 탈곡기 위치 이동이 필요했습니다. 배운대로 시동줄을 당기니 쉽게 작동이 되었습니다. 주행 클러치를 연결하니 전진 후진도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향 전환이 안 됩니다. 핸들이 안 보여서 방향을 틀려고 용을 썼지만 택도 없었습니다. 귀농한지 얼마 안 되는 아우님에게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했습니다. 금방 달려 와서 하는 말이 "나도 이 기계 작동 처음입니다"였습니다.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쉽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잘 돌아가다 삼십여분 쯤 지나자 멈췄습니다. 준비한 기름을 채우자 다시 잘 돌아 갑니다. 그런데 두어 시간 후에 또다시 멈추었습니다. 새로 시동을 거니 십여초 돌아가는 듯하더니 또 멈추었습니다. 이제는 시동조차 안 걸립니다. 지나가는 모모씨를 불렀지만 이유를 모릅니다. 엔진이 과열된 탓이라는 짐작을 하면서 삼십여분 쉬기로 했습니다. 베어서 깔아 놓은 들깨를 그동안 끌어 모았습니다. 그때 내일 사용하기로 예정 된 안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보시더니 기름이 떨어졌다고 하셨습니다. 한번 채웠으니 하루 종일 갈 것이라는 것은 내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다시 기름 가득 채우고 난 뒤 시작했습니다. 전문가 한 사람이 더 가세하니 금방 끝이 났습니다. 저녁 먹으면서 윤활유도 채워 주었습니다. 무슨 윤활유냐 하면 은자골탁배기라고 합니다. 저 기계 말고 저한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