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밭을 일구었습니다. 조금 기울어지고 돌도 많이 섞여서 장비를 빌릴 수도 없는 밭이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비료를 뿌리고 호미로 잡초를 뽑으면서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완전히 사십년 전으로 돌아가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일하던 식이었습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그때는 소라도 부려 먹었는데 육신의 힘만 이용하니 그때보다도 더 원시적인 것 같습니다.
그 힘든 일을 왜 하느냐? 품 값, 비닐 값, 비료 값은 나오겠느냐? 잘 못해서 몸살이라도 나면 약값이 더 들겠다. 따위의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하신 고승의 가르침을 떠올리면서, 평상시 아이들에게 “공부도 하기 싫고 일도 하기 싫으면, 깡통을 차고 길거리로 나가면 된다”고 우스게 삼아 강조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들로 나갑니다. 하루에 세 시간도 하고, 친구에게서 연락 오면 하루 쉬고, 날씨가 안 좋으면 또 하루 쉬고 그렇게 하다 보니 아내와 둘이서 한 일이 이주일은 걸린 것 같습니다.
선대 어른께서 물려주신 300평정도의 밭인데 어머님께서 편찮으신 이후로 남에게 임대해 주다가 작년부터 우리가 경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동네 앞에 있어서 일하는 상황을 온 동네 사람들이 멀리서 내다 보고는 온갖 인사를 다합니다. 그리고 온갖 며칠 전에는 옆밭 주인이 트랙터를 몰고 와서 그 넓은 밭을 순식간에 끝내고 돌아갔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니 (앞에서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을 했지만) 비교가 되면서 일의 진척 속도가 답답해집니다. 그리고 옛말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