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밑에 짓고 있는 벌집이 제법 커졌다. 이틀만에 봉군의 숫자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갑옷과 투구(그물 모자)에 장갑까지 끼고 살충제를 살포했다. 남아 있는 분량이 적어서 압력이 약했든지 거리가 멀었든지 잘 닿지 않았지만 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집마저 제거했다. 무장을 해제하고 거실로 들어 오니 한마리가 들어와 있었다. 다시 살충제를 뿌리자 바닥에 떨어져서 꿈틀거렸다. 휴지를 뚜껍게 펴 살짝 집어서 창문 열고 밖으로 내 보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웃기는 일이었다. 저들의 보금자리를 무참하게 짓밟아 놓은 것이 바로 조금 전의 일인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로서도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두릅밭에서는 자비(?)를 베푼 적이 있었다. 그럼 무엇이 저들의 생사를 갈라 놓았던가. 그것은 다름 아닌 적절한 거리 유지라고 할 것이다.
--칠성아! 친구라고 신혼방에 불쑥 들어오만 안대는 거 맞지?
--왜 또 이야기가 글로 빠져?
--야가 그랬서!
--이즌에 한분, 그것도 밖에서 기침하고 십분이상~
--십분은 무슨 삼십초도 안 대서~
--아무튼 친구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는 필수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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