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파면의 조건

임재수 2025. 2. 2. 20:31

칠푼 : 서로 책임 떠닝기는 치사항 것들!
팔푼 : 머가?
칠푼 : 졸개들은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고 하고  두목이란 자는 시킨 즉 읍다카네!
팔푼 : 그만 매는 누가 맞아야 하능거야?
칠푼 : 조사하만 다 나오것지만 부지하새을이여!
팔푼 : 그동안 나라만 즐딴 나것네!  이바 즐무니 무슨 수가 읍서까?
온푼 : 우선 파면부터 하는 겁니다.
칠푼 : 누구 잰지 증그도 음는데?
온푼 : 책임자로서 실격인 것은 명백합니다.
팔푼 : 으잉?
온푼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팔푼 : 해보게!

조선시대 고명한 학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조정의 요직을 꿰차고 있었지요. 평소에 스승을 존경하던 제자 중의 하나가  적극 천거해서 그만그만한 고을의 원님으로 부임하였습니다. 몇 개월 뒤 어사가 그 지역 여러 고을로 감찰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어사와 친했던 제자는 존경하는 스승의 인품을 칭송한 뒤에 청탁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사는 그분을 끝내 파면시키고 말았습니다. 조정에 복귀하기를 기다렸던 제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따졌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비리를 저지를 분이 절대로 아니라고 하소연도 했습니다.

--성광선생의 고매한 인품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네!
--그럼 이번 처사는 너무한 것 아닌가?
--다른 것들은 비리를 저질러도 혼자서 해 먹으니 오히려 피해가 적었네!
--무슨 말인가?
--그런데 아랫것들 수십명이 다 빼돌려도 그분은 전혀 모르고 모르고 계셨네!
--서 서얼마?
--비리를 저지를 분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잘알기에 파면으로 그쳤네!

칠푼 : 이야기가 왜 엽질로 새누?
온푼 : 그러니까 졸개들이 작당해서 엄청난 짓을 저질렀으니 우선 파면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일단은 파면한 뒤에 시켰다는 증거가 나오면 감옥에 집어 넣습니다. 시켰다는 증거가 안 나와도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인 것이 명백하니까요.
팔푼 : 아하 비리가 읍서도 감독 책임을 모했으면 파면 조근이 댄다 그말이네
온푼 : 하지만 두목 그양반 고매한 인격자란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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