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시키는일이나

임재수 2022. 11. 4. 18:27

 

시키는일이나

소소한 일상

2020-08-10 23:59:44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나섰다. 마을 앞길을 거쳐 갑부뜰 농사용 관정으로 가서 전원을 넣고 펌퍼를 가동 시켰다. 그리고 농로길을 통해서 공용 물탱크로 가려고 하는데 우리 논 위로 난 길에는 경운기가 서 있었다. 집안 아저씨께서 옥수수 대공을 싣는 중이었다. 밭쪽으로 바짝 당겨 세우셨으니 어쩌면 지나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안전한 길로 가고 싶었다. 골목길로 돌아서 한참을 가는데 살짝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비도 내리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갔다.

목적지인 공용 물탱크까지 갔을 때는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내려서 보니 오른 쪽 앞 타이어에 바람이 하나도 없었다. 겨우1~2분 사이에 저 정도면 타이어가 못쓸 정도로 찢어진 모양이었다. 일단 벨브를 조작해서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꾸고 우리 논까지는 걸어 갔다. 저수통으로 물이 잘 들어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보험회사로 전화를 했다.

자동 응답기의 지시에 따라 숫자도 선택하고 생년월일도 입력해야 하는데 참 어려웠다. 당황해서 그런지 키패드가 안 보여서 한참 헤맸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라면 더 심각할 것이고 스마트폰보다 차라리 피처폰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보험사 콜센터와 연결이 되었다.

상황설명이 끝나자 "예비타이어가 있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없다고 하니 조금 후에 가까이 있는 대리점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5년전 사고가 났을 때 손상된 타이어가 하나였지만 둘을 바꾸었고 아직 쓸만다는 것 하나를 챙겨 둔 것이 있었다. 다시 전화하려다 연락이 오면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물받기 작업을 계속했다.

상주에서 연락이 왔을 때 예비 타이어가 있다고 했다. 정확한 위치를 신주소로 물었지만 농지주변이라서 알 수 없고 마을 입구에서 전화하시면 안내한다고 말하고 끊었다. 그리고 예비타이어를 가지러 집으로 갔다. 출동하는 차를 집으로 안내해서 싣고 와도 되겠다고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다가 무료 출동인데 너무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미리 운반해 놓기로 마음 먹었다.

외발수레를 끌고 집으로 가서 마루 밑에 놓인 타이어를 꺼내다가 생각이 났다. 옛날 승용차 뒷 트렁크 밑에 싣고 다녔던 것과는 다르게 휠(???--금속부분)은 없고 고무로 된 부분만 있으니 예비타이어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물었다. 휠과 고무를 분리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예비 타이어가 없으면 견인을 해야 한다는 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 하는데 차종이 액티온스포츠면 예비 타이어가 있을 것이라고 매달려 있는 위치까지 가르쳐 주셨다. 가서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있었고 다시 연락을 했다.

출동하신 분이 내 차량 뒷자석에서 무엇을 찾더니 없다고 하셨다. 이 연장이 없으면 매달린 예비타이어를 떼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차종마다 연장이 다르니 그 많은 연장을 다 챙겨 다닐 수가 없다고 했다. 5년전에 중고차를 구입한 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연장이었다. 그런데 제자리에 없었을 뿐이지 결국은 찾아냈다. 그 연장 두 가지를 연결해서 후면 홈에 끼우고 돌리니 예비타이어가 내려 왔다.

교체가 끝나고 나서 "이거 하루 빨리 정식타이어로 바꿔 끼워야 한다. 가는 도중에도 빨리 달리면 큰일 난다"고 신신 당부를 하시더니 선물까지 주시고 떠나갔다. 그 다음날 시내로 가서 새 타이어로 교체를 하는데 거금17만원이 들었다. 내가 일년 농사 지어 봐야 남는게 하나도 없는데 앞으로는 일하러 갈 때 차몰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거름이나 싣고 다닌다고 그 차를 샀는데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다.

"비오는 날 차를 왜 끌고 나와?"
"물 받을라고"
"천천히 비 그치고 난 뒤에 해도 대는 걸"
"먼 닐이든 미리미리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군데!, 비오는 날 먼저 드레 가서 남 불편하게 눈치보게 해노코! "뭐 이런 말은 입에서만 뱅뱅 돌다가 말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아프로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할게유"

1~2분만에 바람이 삐진 타이어

이건 예비타이어가 아니에유
저어기(왼쪽)를 지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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