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역겨우면서 묘하게 그리운

임재수 2022. 11. 4. 18:53

역겨우면서 묘하게 그리운

소소한 일상

2020-09-06 21:52:07


내일 온다는 태풍 소식에 비닐 하우스 문단속을 하고 돌아왔다. 현관문을 들어 서는 순간 그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꼼꼼하다고 할까 아니면 꾸리꾸리하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묘하게 그리운 냄새이기도 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옆사람이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냄새가 심하지?/ 좀 그러네/ 머글 쑤 잇게써?/ 그거 월래 그래여!/그 땐 정말마시썬는데"

이상하다는 듯이 옆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상을 차렸다. 대구서 가져온 양념 곱창이었다. 지난 7월 말에 매부가 가져와서 함께 먹고 남은 것이다. 한달 이상이 지났지만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것이니 별 탈 없지 싶어서 그냥 먹었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얼갈이배추와 쑥갓 그리고 겨자채로 쌈을 싸서 먹으니 맛이 참 좋았다. 그 역겨운 냄새도 입에 들어 가는 순간 사라졌다. 코와 입이 가깝기는 하지만 분리 되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청장년들 여럿이 모여서 가끔 돌부리를 했다. 앞다리 뒷다리 등 살코기는 돈을 받고(물론 외상이기는 했지만) 팔아야 했다. 그 대신 간 콩팥 등의 내장을 안주 삼아 한잔했다. 창자(대장? 소장?)를 뒤집어서 똥을 빼고 손질한 것이 곱창이다. 씻을 때는 소금과 밀가루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당연히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래서 요즘 사 먹는 곱창에서 냄새가 안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세제(하이타이)에 씻는다는 풍문도 나돈 적이 있었다. 먹는 것 가지고 그런 장난을 칠 리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말의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상한 점은 한달 전에는 분명히 냄새가 없었는데 오늘은 냄사가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내 혼자만 그렇다면 착각이겠지만 옆사람도 분명히 그렇다고 했다. 그때는 숯불로 석쇠 위에서 구웠고 오늘은 후라이 팬에서 볶았으니 요리 방법이 다른 탓일까? 아니면 냄새를 없애는 향신료가 한달여 기간 동안 증발해 버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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