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생일
소소한 일상
2020-10-13 22:38:16
카카오스토리에서 00님 생일이라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카스는 개점휴업 상태인 듯했습니다. 그래서 동기회 카톡방에서 "0자님 생신 축하 드린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호응을 안했습니다. 한참 머쓱해 있다가 힌트를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음력 생일도 아니고 양력 생일도 아니며 호적상 생일도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다시 확인을 해보니 며칠 전이었 것을 제가 착각을 했었던 것이고 며칠 전 그날이 호적상의 생일이라는 것이 당사자의 말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생일이 세 개나 됩니다. 4십여년전 우연히 본 만세력이라는 책에서 제 양력 생일을 찾아 보니 개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검색이 잘 되니 음력 생일(태어난 해 포함)을 알면 양력생일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저의 친구는 음력 10월3일이 생일인데 그날이 생일이라고페이스북이 알려 주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0자님 까지 합하면 같은 날 생일인 동기가 40명중 셋이나 됩니다. 그것도 진짜가 아닌 가짜이니 우연치고는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들의 삶이 워낙 고달팠던 시절이라 제때 출생신고를 못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좀 비실비실해서 한 일년 기다려 보다가 올렸을 수도 있습니다. 생일이 세 개가 되는 것이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세대에는 그런 사람이 꽤 많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돈벌이 나간 후에 취학 통지서가 나온 선배도 계십니다. 남매가 순서가 바뀌어서 열여덟에(사실은 만 17세)에 입대한 후배도 있습니다. 그래도 "생일 없는 소년"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카오스토리에서는 음력으로 생일을 입력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에서는 안 됩니다. 서양사람이 만든 것이라 동양문화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시간(북경표준시)은 우리보다 한시간 늦습니다. 양력으로 보면 예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음력 날짜는 중국이 우리보다 하루(정확하게 말하면 23시간)가 빠른 경우도 있습니다. 달을 사이게 두고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이 되는 현상을 합삭이라고 하는데 그날을 초하루로 잡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금년(서기2020년) 2월 24일 0시 32분이 합삭 시간이고 이날이 음력 2월 초하루가 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보면 합삭 시간은 2월 23일 23시 32분이 되고 이 날이 음력2월 초하루가 됩니다. 음력 날짜가 우리와 중국 그리고 베트남이나 아랍의 어느 나라가 조금씩 다르니(시간적으로 하루 이내지만) 페이스북도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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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자"는 이름이 아닙니다. 공자 맹자를 본따서 동기들의 성씨에다 "자"를 붙여서 부르는 풍조가 한동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라고 부르면 안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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