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삼고초대

임재수 2022. 11. 4. 19:04

삼고초대

웃음과더불어

2020-12-14 22:34:21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한 후이니 아마도 삼십여 년 전의 일이지 싶다. 취임 후 얼마 안 되어 실시된 총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과반수 획득에 실패를 했다. 그 이후에는 가끔 있었지만 여소야대의 정국이라는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로만 알았다. 방송사에서도 호들갑을 떨면서 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차후 정국을 전망하는 보도를 연일 쏟아 내고 있었다.

그날도 방송에 출연한 모 인사는 <노태우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 <재야의 숨은 인재를 찾아서 등용하는 것이 돌파구>라고 하나마나한 해석을 내 놓았다. <정파가 다르고 정치적 소신이 다르니 초빙에 나서지 않을 것> <인재 발굴이 말처럼 안 될 것>이라고 보조출연자가 이견을 내 놓자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그 때 함께 시청하던 송모샘이 특유의 묘한 미소를 날리면서 나를 보고 물었다. 나보다는 다섯살 더 위였고 유머가 풍부하고 박학다식한 분이었다. .

어이 임총각 삼고초0가 무슨 말인지 알아?”

결혼한지 3년이 지났고 딸도 하나 있었지만 그때는 다들 총각으로 불렀다. 누군가 비교적 총각이라는 요상한 말을 쓴 후 한동안 그런 호칭이 유행을 했었다. 결혼을 했어도 아들 둘을 얻기 전까지는 총각이라는 희한한 논리도 함께 따라 다녔다. 이거 나를 테스트하는 거 아니냐고 기분이 좀 언짢았지만 표정관리를 하면서 대꾸를 했다.

숨어 있는 인재를 찾아서 등용하는 거라고 금방 나왔지 않습니까?”
나는 거기에 얽힌 고사를 말하는 거여!”

에이 우리 임총각을 어찌 알고 그런 시시한 질문을 하십니까?”

동기이자 영어를 담당하는 박모샘이 나섰다.
그럼 박총각이 한번 대답을 해바 삼고가 멀 말하는지

박모샘이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세번이나 차자 갔다 이거 아닙니까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틀렸어 삼고는 천하의 명문고등 세 학교를 말해여!”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일고 이고 삼고 출신이 아니면 인재 등용의 대상이 아니다 이 말이여.”

그제서야 우스개란 눈치를 채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럼 초려는 뭡니까

나는 삼고초대라고 했지 삼고초려라고 안 햇거등

 

어느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사립명문이라고 구성원들 사이에 자부심이 대단한 학교였다. 하지만 말썽꾸러기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었다. 소위 대가리만 믿고 공부는 죽어라고 안하는 것들이었다.

국어시험인지 한문시험인지 아리송하다고 했다. 아무튼 유비가 어떻고 초가집이 어떻고 하는 문제에 정답은 <삼고초려>였다. 평소 공부 열심히 하는 갑수는 당연히 맞게 썼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을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갑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갑수는 답안지를 왼쪽 옆으로 살짝 밀었다. 언뜻 보이는 것이 삼고초~세 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 다음 글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인재를 모시고 어쩌고 하는 것을 미루어서 삼고초대라고 적었다. 그런데 그만 그 오답을 뒷자리에 앉은 병필이마저 베꼈다.

 

다음 수업시간에 두 친구가 앞으로 불려 나갔다. 귀싸대기 한 대씩 얻어맞았다. 그리고 난 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한심한 거뜰! 범생이껄 내비두고 하필이만 틀린 답을 베끼?”

갑수껄 보긴 핸는대 마지막 ~”

이걸 칵! 의리 읍는놈!”

선생님이 다시 을대를 쥐어 박고 나서는 하문하셨다.

그런데 너들 삼고가 무슨 뜻인지는 아나?”

! 압니다 병필이가 대답했다.
말해바!”

그러니까 삼고 나온 수재들을 가리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앞의 부분과 중복이 되어서 생략한다.

 

그런데 총각들 일고가 어느 학교인지 아나?”
경기고등이겠지요
틀렸어, 대구의 K고등이야

“???”
생각해봐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자나

거참! 말대네

그럼 이고는 어디유?”
사립명문 K고라고 인근 K시에 있어!”

무슨 말이요?”
교장선생님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시고 빤히 쳐다 보셨다.

생각들 해 보세요 교장선생님 같은 인재를~”
에라이 순~”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럼 삼고는?”
그야 삼**고등이지!”
또 한번 폭소가 터져 나왔지만 나는 영문도 몰랐다. 교장선생님이 K K고 출신이고 송샘이 경남 **포 고등출신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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