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뻥도좀믿어도
웃음과더불어
2020-12-24 15:22:10
--내 뻥은 왜 다들 몬 민는거야?
--당근이지 누굴 숭마그로 아나?
--거기 아이랑께 내 딴에는 열시미 뻥을 쳐 바도 사실로 안당께
--야가 도대체 무신 말 하능거야?
40년 몸담은 교직에서 은퇴 후 낙향한 것이 8년 전의 일입니다. 농부 흉내를 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체험학습 수준이지요. 그래서 찾아낸 일이 <제가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 그리고 이웃이야기를 여기저기에 올리는 것>입니다.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것도 가치가 있겠지만 재미도 없고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꿈을 빙자하기도 하고 부풀리기도 합니다. 사실은 눈꼽 만큼도 안 되고 허구로 가득찬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안 믿어 줍니다. 저에 대해서 알 만한 사람마저 사실로 믿어 버리니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며칠 전 시대적 배경을 조선시대로 바꿨는데도 그랬습니다. “동문수학했던 친구인 형방이 와서 나를 포박 운운”했더니 달리는 댓글이 심각했습니다. 아차!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에 “노머시기”라는 부분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하고 민화투 쳐서 <500원을 땄다>고 시작해서 점빵에서는 <5천원 땄다>고 큰소리치고 당숙 어른께 꾸중 들을 때는 <5만원 따서 2만원 돌려 드렸다>고 앞뒤가 안 맞는 설정을 해 봐도 반응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악역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팥쥐도 나와야 하고 놀부도 있어야 재미가 있고 현실감도 살아납니다. 그런데 가공의 인물인 뺑덕어미를 제 주변의 누구와 연결해 버리면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소설 속 인물도 주변의 누구와 조금은 닮게 마련입니다. 의도는 없어도 은연중에 현실 속의 인물을 모방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인물이든 줄거리든 완전한 창작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제가 이 지역 농산물 자랑을 많이 합니다. 이때 누군가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로 오해하시면 큰일 납니다. 어쩌면 저는 사기를 친 것이 되겠지요. 그래서 <재미 있는 이야기(허구)> 와 <오해가 없는 사실 전달>을 두고 갈등을 겪습니다. 금년 여름에 <지렁이의 헐리우드액션>을 올릴 때도 그런 고민을 좀 했습니다. <지렁이가 나온 것>은 사실이고 <농약을 안쳐서 땅이 살아 있다>는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렁이와의 대화>가 허구적이니 앞의 사실마저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너 등단했냐?
--아니. 그 말이 여개서 왜 나와?
--소설가도 아잉기 소설가 숭내 내니까 안 믿지!
--우씨! 너 말 다해써?
--야 나매 아픈 거 찌르는 거 아이다.
--<소설 쓰시네>란 말에 사과들 하라고 난리 부루스던데 넌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