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을 만나다
땅과더불어
2021-05-14 19:08:16
초나라 군사들과의 전투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어떤 날은 미전지구에서 또 어떤 날은 709고지에서 두 가지 작전을 수행하다보니 좀처럼 전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 게다가 어제는 감영에서 중요한 심사가 있었다. 고을을 위해서 노심초사하시는 촌장님을 수행해야만 했으니 어쩔 수 없이 하루를 공치고 말았다. 관찰사 영감이라도 대면하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호미를 들고 두릅밭으로 나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더위라는 복병을 만났다. 겨우 세 시간 정도 수행하고는 작전상 후퇴를 감행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페이스북에 접속을 했다. 잠시 세상 구경을 하다가 은척 농협에 가서 표고 작목반 정산을 하고 돌아왔다. 딱 네시에 다시 두릅밭으로 나갔다. 아침에 일찍 햇볕이 들어오고 오후에는 그늘이 일찍 지는 곳이다. 덥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패왕이 "깔따구"를 구원병으로 불렀던 모양이다. 두시간 조금 넘게 악전고투하다가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퇴각하고 말았다.
나도 내일부터는 구원병을 불러야겠다. 그런데 두릅밭에서 그물모자는 가시에 걸려서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뜻밖의 복병도 아니었다. 더위가 오면 갈따구도 함께 오는 것이다. 다만 예상보다 조금 빨리 온 것일 뿐이다. 오늘 밤에 아프지도 않은 종아리를 맞을지도 모르겠다.
미전지구(고사리밭) 제초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