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게물어봐
웃음과더불어
2021-08-13 22:44:40
점심먹고 오랜만에 정자로 나갔다. 마을 입구 주차장 옆에 있는 가리점마을 정자는 항상 만원이었다. 아니, 여름 한철 더울 때만 그렇다. 오늘도 화토판이 벌어졌다. 나하고 만석이 그리고 정갑씨가 한편이고 상대편은 아지매들이었다. 만석이는 나보다 다섯살인가 아래이고 귀농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정갑씨는 나보다 두 살 위다.
그러던 차에 본동댁이 나타나서 만석이 보고 한마디 하셨다
본동댁:슥아 청너매 참깨 쪄야 한데이.
만석:아, 그만 낼 하지요!
본동댁:안대여 오늘 당장 해그름하그등~
짓질댁:앗따 종고무도 고무라고 디기 챙기네!
감탄인지 비알밭을 매는지 묘한 말이다.
본동댁:슥이가 농사라고 첨 하자나!
만석:아직 덜 영글었다고 말바우 아지매가 나알 전에 보시고 말하던대요.
짓질댁:나알이만 한참 옛날이여!
본동댁:젤로 미태 꼬투리 항개가 벌어지만 비야대여
정갑씨:멀리서 봐도 하토가 다 갈구치 조여
만석:예 화토가요?
나:쪼매 대는 거 하토치며 놀다가 시간 나만 해도 된다 이말이겠지!
정갑씨:아니 말이 헛나와써! 긍께 석아 비둘기가 덤비기 시작하만 찔 때가 댄거다 이마리여.
나:그만 하토가 알리 준단 말도 만네 비둘기가 일본말로 하토니까.
정갑씨:아! 하토야마라고 나도 드렁거 갓다.
만석:그럼 담부터 슥아는 비둘기한테 여짜 보고 참깨를 찌겠습니다. 하톤지 하토야만지 헷갈리지만.
며칠 후 이웃나라 아베씨는 아침부터 심기가 영 불편했다. ‘지가 누구덕에 총리가 되었는데’이런 생각과 함께 배신감마저 들었다. 지금이 비상시국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로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내가 뭐 그렇게 속 좁은 인간도 아니고’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몇 시간째 전화 연결이 안 되었다. 조바심을 내면서 재촉하자 무슨 일이냐고 비서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말을 못 했다. 기다리다 지쳐서 직접 찾아갔다. 관저 입구에서 제지했지만 그냥 밀고 들어갔다. 전직 총리 예우가 이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호통을 치면서. 스가요시히데 총리는 깜짝 놀랐다.
스가 : 어쩐 일로 오셨수?
아베 : 야 너 그럴 수 있냐?
스가 : 왜 그러슈?
아베 : 야당 원로 찾아다니기 전에 나하고 먼저 상의를 해야지?
스가 : ??
아베 : 하토야마 찾아 간다며?
스가 :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발 일본말로 하이소!
아베 : 여기 증거가 있자나?
아베가 내미는 글을 보고 총리는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옆에 있는 비서관에게 주었다. 한참을 읽어 보던 비서관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고 여기저기 검색을 하더니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베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총리가 비서관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눈짓을 했다. 그러자 비서관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 글은 작가도 아닌 은퇴 귀촌인이 블로그에 올린 겁니다.
--그런데 내 이름하고 하토야마씨가 왜 나오냐?
--“석아”라는 경상도 발음이 총리님 이름과 비슷하고 조류의 하나인 “하토”가 “하토야마”씨와 혼동되었을 뿐입니다.
--괘씸한 놈, 고소라도 할까?
--전현직 총리께서 한국의 무명인을 고소하신다구요! 그럼 저쪽은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됩니다.
--아이구 이놈을!
--이놈을 어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