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담배 피우던 시절
세상과 더불어
2022-02-27 20:57:25
그 시절 쫄따구는 내무반에서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 상병 달고 조금 지나면 피울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불확실하다. 물론 밖에 나가서 피우면 되는 일이지만 추운 겨울 특히나 밤시간이 문제였다. 일석 점호를 끝으로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러고 나면 잠들기 전에 한대 피우고 싶었고 그래서 화장실로 갔다. 난방시설이 된 것도 아니지만 엄동설한에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취침 시간에는 화장실을 가든 담배를 피우러 가든 잠자던 복장 그대로 가야만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참으로 해괴한 규정이라고 생각했었다. 탈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들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냄새 나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겨울밤에 동내의 차림으로 덜덜 떨면서 피우는 담배 맛은 참으로 묘했다. 그 와중에 동기라도 만나면 시어머니 흉이라도 보면서 시집살이의 설움을 달랬다. 나도 고참이 되어 침상에 매트리스 깔고 누워서 여유 있게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있었던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6개월 혜택으로 꽤 많은 선임들을 추월했기에 고참생활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다. 담배를 피우고 내무반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고참이 우리 소대에 있었다. 인간 말종이라고 흉을 보다가 "침상 마루 위에 버리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후임하나가 말했었다. 어느 일요일(?)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비를 들고 바닥(침상과 침상 사이 통로)을 쓰는데 침상에 걸터 앉은 고참이 다른 누구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니 발을 들어 주었고 쓸고 나서 발을 내렸다. 그리고 조금 뒤 다 쓸지도 못했는데 금방 쓸고 지나간 곳에 피우던 담배를 던지고 발로 비벼 껐다.
구두를 신은 채 맞은 편 좌석에 발을 올린 사진을 보면서 42년 전의 그 일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