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 채취 그리고
땅과더불어
2018-07-24 12:43:05
어제 오전에 전화가 왔다. 농산물 품질관리원이라고 했다. 시료 수거차 486번지 고사리 밭을 오후 세시 쯤 방문한다고 하셨다. 인증기관을 그린스타로 바꾸었는데 뭐지? 뭐가 잘 못 되었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감독기관으로서 사후 관리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이 무더위에 현장을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짜증이 밀려 왔다. 그래도 찾아 오는 손님인데 시원한 음료라도 대접해야하겠지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어 보니 아무 것도 없다. 요즘은 청탁금지법이다 뭐다 해서 당사자도 부담이 될테니 그냥 말로 때우자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노회찬의원 투신 소식에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0묻은 것들은 꿈쩍도 안 하는데, 겨묻은 분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하직하셨다. '빌어먹을 세상'욕이 나왔다. 남의 돈 얻어 쓴 고위 공직자에게서는 <댓가성이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들을 가치가 없다고 듣는 사람도 없는 웅변을 토했다.
두시 조금 넘어서 마을 앞 정자로 나갔다. 친구 둘(남매)의 모친이시고 사장어른이 되시는 구순의 노인께서 쉬고 계셨다. 커피 한잔 하러 가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난 뒤 한참 시간이 흘렀다. "한잔 해도 될낀데 (별나게) 카시네" 중얼거리신다. 아차 노인네가 권하시면 사양말고 그냥 받아 마셔야 하는데 실수했구나!. 지금 얻어 마시러 (회관으로 아니면 집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차에 전화가 왔다.
정자 앞에서 만났다.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하시지 않겠느냐고 하니 물은 가지고 다니신다고 했다. 국립농산물품관리원 상주사무소 김희철씨였다. 고사리 밭으로 안내를 했다. 한증막과 다름 없는 차에서 내리기전 서류를 작성했다.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신문도 받았다. 공시된 자재(농약) 여부를 떠나서 고사리 밭에는 농약을 사용할 이유도 없다. 제초제 사용여부가 핵심이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으니 자신 있게 답변했다. 수거한 시료(고사리)를 분석(검사)해 보면 드러나겠지 하고 생각했다. 밭 입구에서 인증 사진도 촬영했다.
시료 수거가 끝나고 마을 앞에 있는 정자까지 나를 배달해 주셨다. 회관에 들러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했다. 다른 임무가 많이 남아 있기에 바쁘다고 사양하셨다. 잘 가시라고 인사만 하고 그냥 보내 드렸다.
촬영한 사진 블로그에 올려도 되느냐고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고 오전에 받았던 번호로 문자를 드렸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얼굴을 지우고 올릴까 그냥 사용해도 될까 망설이는데 옆짝이 들로 나갔다. 들깨 밭(지목은 논)에 보식하러 간다고 했다.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예초기 매고 따라 나섰다.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무척 더웠다. 한창 작업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그분이라고 생각하고 받았는데 대구에 있는 생질이었다.
"외삼촌 사진 올린다는 거는 무슨 말씀입니까?"
"그래 내가 잘 못 보냈는가 보네"하고 끊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번호를 확인하고 보내서 승락을 받았다.
작년인지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친환경 인증 제도가 불신을 받고 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분위기다. 농업을 하시는 분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 그리고 감독기관의 철저한 임무수행(관리 및 검증)만이 친환경 농업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고 생존의 길이다.
김희철씨 오늘처럼 무더운 날 임무 수행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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