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들기름이 짜지 않으면

임재수 2022. 11. 4. 16:49

들기름이 짜지 않으면

땅과더불어

2018-07-14 21:14:58


오십년 넘게 묵은 수리치기가 보리수 아래서 부처님 득도하듯 들깨 밭에서 찰나에 풀렸다. 초복도 지난 윤오월 어느 날 오전 지심을 매면서 흐르는 땀방울로 물과 함께 거름도 주다가 갑자기 나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철부지 어린 시절 혼자서 들기름에 밥을 비벼 먹다가 너무 짜서 먹지도 못하고 그냥 버리고 만 적이 있었다. 딴에는 완전 범죄를 노리고 흔적을 지웠지만 꼬리는 쉽게 밟히고 말았다. 고소한 향내는 어디 가고 왜 짠맛만 나느냐고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 아마 우리 부모님께서도 들깨 밭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리셨으리라. 그 땀방울을 먹고 자란 들깨인데 그리고 그것으로 짠 들기름이 짜지 않으면 가짜임에 틀림없으리라!

 

페이스북(2017.7.14) 카카오스토리(동)

'땅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청소는 대신하는게 아니다  (1) 2022.11.04
일도 못 하민서 사기만 하노  (0) 2022.11.04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야  (1) 2022.11.04
그 양반은 참 고단수  (0) 2022.11.04
고사리를 심은 사연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