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그 양반은 참 고단수

임재수 2022. 11. 4. 16:47

그 양반은 참 고단수

땅과더불어

2018-07-03 13:16:10


그리 안밨더니 그 양반 참 치사하더라구요. 아 글씨 비가 오니 집에서 푹 시라 카던지 다메 휴가 줄낀께 나가서 일하라 카든지 말을 해야 하는거 아인교. 이것도 아이고 저것도 아이고 응그니 눈치만 주이께 사람 참 한장하게떠라구요. 장마철이라고 태풍 온다고 오늘까지 사알간 휴가라고 학실히 말해써요. 거진말 아니냐구요? 에이 이거 왜 이러슈 시상이 다 아라유. 테레비에도 나왔고 그 머시라 스마트폰인가에도 다 나와따 카데요.

천날하고 어제 오전까지 느그타게 누버서 테레비도 보고 페부기하고 카스하고 잘도 노라써요. 그러고 보이 어제 오후부터 눈치가 쪼께 이상하데요. 아 글씨 이 사람 저사람 들로 가는 거시 보이는 거예요. 뻔할 뻔짜 아니겠수. 비오는 날 말로만 휴가 조 노코. 은근히 눈치조서 등떠미러 일시키능 속쌤 다 안다구요

오늘은 좀 느께 일나써요. 아침 먹다가 문을 여러 봉께 비가 안와요. 잠시 그친건가 계속 안 오는 건지 알 쑤가 읍써요. 어제까진 휴가라고 배짱을 내 미러 밨찌만 오늘은 영 뒤가 켕기더구만요. 밋분이고 문열어 보고 스마트폰인가 먼가 차자 학인하고 안절부절인데 그양반은 쓰다달다 말이 읍구만요. 그 속 다 알지 누가 모를까요. 요즘 하도 갑찔이다 머다 캐쌍께 책 안자피고 일 시키고 시픈거 이거 아잉겨. 아주 고단수라니까요.

하는 수 업시 옷 가라 입고 나섰지요 머. 여페서도 따라 나서대요. 논이 질퍽해서 들깨는 심기 글렀고 고사리 바트로 가쓰요. 풀을 뽑기 시작해써요. 사년 전에 시믄 고사리는 유월 중순까지 꺾어써요. 벌써 무성항게 풀을 이기니까 그냥 두어도 댄대요. 올개 심근 건 아직 너무 어리니까 풀을 자바 조야 한대요.  비가 좀 안오면 가무믈 마이 타는 바치라요. 워낙 물빠지미 조아서 그러테요. 그래서 그런지 질지도 안코 쑥쑥 잘 뽀피는게 할만 해써요.

키가 큰 거 그래 가이고 소네 잘 재피는 것만 대충 뽑고 지나가다 지적 바다써요. 바닥에 새로 돈는 어린 풀들을 호미로 글거 조야 한대요. 자드리 자라면 매기가 어렵다네요. 거 참 내 생가게는 큰 것만 뽑고 어린 거슨 기다려따가 크거등 다시 뽐는기 시울 거 가튼데. 소그로만 궁시렁거리다가 그냥 시키는대로 해씀니다. 짐맬 때마다 자주 인는 이리지요

조금 하다가 부르기에 가보니 써러서 통에 담아 온 수바글 머그라네요. 친절하기도 하지 눈치 줄 때는 운제고. 병주고 약주는 거여 머여. 역시 소그로만 궁시렁거리고 마라슴니다. 아 마시 참 조하요. 빌로 덥지도 안은 날씨지만 일하고 땀쪼매 헐리고 머그니 꿀마시네요. 

먹고 난 디 다시 시작했네요. 그른디 얼매 하지도 안핸는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네요. 그만 가자고 하네요. 후다닥 싣고 그냥 지브로 와써요.  옆에서는 들깨모를 조금 뽀바서 타고 오다가 뒤뜰 노느로 가서 심고 왔찌요.

그 양반이 누구시냐구요. 이 시상 모던 걸 주재하신다네요. 말하자만 지고 흔든다 카만 대요. 가스미 떨려 제대로 발키지는 모나게꼬  "0눌님"이라고 해 둡시다. "ㅎ"자로 시작한다는 사람도 있고  "ㅁ"으로 시작한다는 사람도 이써요. 더 이상은 저~ㄹ대로 말 모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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