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두릅밭을 정리하면서

임재수 2022. 11. 4. 16:42

두릅밭을 정리하면서

땅과더불어

2018-06-28 22:38:02


오늘도 밭으로 나갔습니다. 두릅나무 자른 줄기를 주워 내고 풀도 갂았습니다. 키가 높게 자라면 내년 봄에 수확하기가 어렵고 가시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지면 그 사이로 다니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작업 통로를 직선으로 내기 위해 줄도 치고 모든 나무를 한 뼘 이하만 남기기로 작정하고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전지가위로 찝어서 넘기고 굵은 나무는 톱으로 잘랐습니다. 
 
제가 워낙 둔해서 작업 속도가 느린 탓도 있고 그동안 다른 일도 있어서 여러 날 지체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미처 자르지 못한 줄기에서 새로 돋은 순이 많이 자랐습니다. 처음에 세웠던 거창한 목표를 수정해서 오늘부터는 이미 자른 줄기나 주워 내고 풀을 깎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 몇 개를 가지런히 놓고 양손에 각각 낫을 하나씩 잡고 적당한 간격으로 벌려 밑으로 넣어서 들고 운반했습니다. 작업 속도가 너무 느리고 손목도 아팠습니다. 그래서 외바퀴 손수레를 가져와서 운반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돼지가 여기 저기 땅을 뒤집어 놓은 탓으로 바닥도 고르지 않고 서있는 나무에 걸려 힘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지게를 사용했습니다. 
 
풀 깎는 작업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줄기를 밑둥에서 자르면 땅 속(뿌리)에서 새로 싹이 돋아 납니다. 그런데 무성하게 자란 풀 속에 그것이 숨어 있으니 예초기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낫으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도 자르는 실수를 자주하게 됩니다. 
 
황령리 709번지에 있는 이 밭은 물려받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전지물이지요. 제가 직장에 다니는 동안 소작을 주었습니다. 경운기도 다닐 수 없는 밭 “힘들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고 그분마저 포기를 하여 두릅나무를 심었습니다. 아마 15년 정도 된 것으로 짐작합니다. 요즈음은 가시가 없는 두릅 묘목을 산림조합에서 보급해 줍니다. 그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가시 두릅나무를 작업 통로도 두지 않고 대충 심었습니다. 
 
“두릅나무는 이 세상에서 제일 억세고 강한 존재일 거야”
“한번 심어 놓으면 손갈 일이 뭐 있겠어?”처음에 심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칡 댕댕이덩굴 등이 감고 올라가면 어떤 나무든 맥을 못춥니다. 억센 가시가 있다고 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페이스북(2018.5.14) 카카오스토리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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