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고사리를 심은 사연

임재수 2022. 11. 4. 16:46

고사리를 심은 사연

땅과더불어

2018-07-02 13:42:25


00 : 오늘 한나절 고사리 꺾었다. 아유 힘들어!
나 : 온 산을 헤매는 사람도 있잖아요?
00 : 그거는 오락이고 운동이여!
나 : 그래요?
00 : 산에 고사리는 댕기다가 눈에 보이면 잠시 허리 숙여 꺾고 다시 산타고 그렇잖아, 그런데 심어 놓은 고사리는 잠시 허리 펼 여유가 없이 계속 꺾어야 하니 그야말로 노동이여
나 : 너무 많이 심으면 그렇기도 하겠네요. 적당히 좀 하시지!
00 : 그러게 말이야

3~4년 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고사리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물려 받은 삼백여평의 밭에 고추 등을 했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고사리는 4~5월 사이 한달 정도 꺾어서 말리고 어릴 때만 풀을 매 주면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심으려고 고사리 뿌리를 주문해 놓고 그만 눈병이 나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재작년(2014년) 3월 24일이었습니다. 
"3주이상 장기 입원을 해야 하니 고사리는 포기한다 미안하다"고 주문한 뿌리가 도착하기 하루 전쯤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왔습니다.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등 이웃 사람들이 주인 없는 밭에 트랙터로 갈고 심었다고 했습니다. 눈물이 나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산좋고 물좋고 인심은 더 좋은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말린 고사리 8 kg(100g 단위 포장 80봉) 그리고 올해는 20여 Kg을 생산했습니다. 작년 올해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전량 소매를 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시는 분처럼 노동이 될만큼 많은 양은 아닙니다. 앞으로 무농약 인증을 받을 계획으로 올해부터는 고추(올해도 한필지에 반은 고추를 심었음)에도 친환경 농약만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고사리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고추에 사용한 농약이 검출되니까 당장은 인증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다는 생각입니다.
언젠가 친환경농업인 연찬회에 구경을 갔더니 전국회장님이라는 분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친환경 농업이라는 농사짓는 과정에 주변 환경 다시 말하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농업을 말한다.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먹는 사람만 득본다는 생각은 잘 못 된 것이다."

 

--2016.8.25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연결 :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함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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