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니가 국시를
추억과더불어
2018-12-03 20:49:10
"점심 주래?"
"오는 길에 먹어써요"
"그래, 머 머건는데?"
"손국시 한그륵 머거써요 "
"머 니가 국시를?"
"마시짜나"
"빌이리 다 인네"
"내가 국시 먹으마 안대?"
"국시 미끼 시러 투정하다 밥 그륵 뺏기노코 ~"
"음마는 애들 듣는데서 쪽 팔리구로~"
"챙피항거는 아는구먼"
"그래도 오빠 한테는 찬밥 한 그륵 따로~"
"마자 큰집에서 고깃국 끼리만 오빠만 따로 부르고~"
"너들까지 왜카나, 그러고 보니 내가 너들한데 참 빚이 많다"
오늘 안과 진료차 대구 다녀 오다가 지천 식당에 들러 우리 부부 손국시 한 그릇씩 먹었습니다. 옆 사람은 예전만 못하다고 투덜거렸지만 저는 여전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투정하다가 아버님께 밥그릇 빼앗겼던 옛 일을 반추하면서 그 시절의 먹던 국수와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사실 어머님께서는 먼 길 가신지 오래이고 대화의 내용은 전부 상상입니다. ㅠㅠ
그시절에는 맹물에다 국수만 넣을 때가 많았고 호박이나 배추 잎 넣어서 삶을 때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양념장물 맛있게 장만해서 먹었습니다. 아 어떤 때는 잘게 썰어 뽂은 호박을 고명으로 얹어 먹었던 기억도 있는데 그것은 극히 예외였습니다. 놉을 많이 해서 농사일을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집에서 농사 지은 밀가루는 검은 빛이 많았고 개떡을 만들어도 거칠고 맛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원래 그런 줄 알고 먹었습니다. 나중에 이웃 집에 가서 얻어 먹은 개떡은 맛이 좋았고 입에 닿는 감촉도 전혀 달랐습니다. 부역하고(사방사업?) 난 뒤에 타온 밀가루로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와서 생각하니 수확하고 타작하는 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건조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제분할 때 껍질을 너무 적게 벗겨 밀기울이 섞인 탓이라고도 짐작합니다.
오늘의 국수는 국물도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골 끓여서 만든 육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면발위에는 고명(김가루와 소고기 달걀~)을 얹어서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구었습니다. 1/3정도 밖에 안 담겼지만 밥도 한공기에다 상주와 쌈된장 , 채 썬 무우, 된장에 버무린 삶은 배추까지 올라 왔습니다. 그 옛날에는 밥을 먼저 먹고 국수를 남겼는데 오늘은 국수를 먼저 먹고 밥은 남겼습니다.
어린 시절 유난히 입이 짧았던 아들 때문에 우리 어머니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밥 잘 먹는 이웃집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집 아이들은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없었으니까, 밥이든 죽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좀 다르지만 그나마 제입맛 당긴 것은 "애국시"였습니다. 그 국수가 진짜로 좋았는지 3~5학년 무렵에 나온 "배얌가루"덕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국수 삶아 건져서 양념 장물과 배얌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열세살 무렵 처음 먹어본 라면 맛도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라면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2017년 11월 24일 쓰다 만 것을 18년 12월 3일에 완성하여 올리다
첫번째 사진 : 그식당은 맞는것 같은데 그 날은 아님
두번째 사진 : 그 옛날과 비슷하지만 17년 4월 장소는 모름
"애국시"는 아마 "왜국수" 다시 말하면 일본식 국수라고 짐작합니다. 공장에서 길게 뽑은 국수를 말합니다.
"배얌가루"는 글루타민산 나트륨이라고 하는 조미료를 말합니다. 우리 마을에 온 엿장수가 처음에 소개한 것으로 "맛나니"라고 봉지에 적힌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변에 어른들께서 "뱀가루로 만들었다" "이사람아 뱀 가루가 얼마나 비싸나"하고 논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