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대변검사

임재수 2022. 11. 4. 17:07

대변검사

추억과더불어

2018-12-04 12:33:47


"돌쇠야 학교가자"

옆집에 사는 친구 개똥이가 불렀다. 그런데 돌쇠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삽짝문을 열고 들어 서자 돌쇠네 할머니가 턱짓으로 모퉁이를 가리켰다. 거기서 돌쇠는 엉덩이 까고 신문지위에서 낑낑거리고 있다.

"식전부터 저카고 있다. 안 나오는 걸 왜~"

"오늘 안 내만 일주일 벌청소 시킨대요"
"멀 내는디"

"대변 봉투"
"거기 먼데"

"긍께 지가 눈 똥을 봉다리에 다마 내만 읍내 가지고 가서 검사한대요, 아차 지각하만 안 대지. 돌쇠야 나 먼저 가여"

그리고 한참 뒤 돌쇠는 성공을 했다. 달걀보다 조금 작은게 신문지에 깔렸다. 

"할매~ 나 그패서 그냥 강께 봉창 우에 성냥각하고 비닐 봉다리 있응께 담아서 ~"
"응 그래 아라쓰니 얼렁가"

돌쇠는 책보를 둘러매고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뛰었다. 선생님은 앞문으로 돌쇠는 뒷문으로 거의 동시에 들어 갔다. 선생님께서는 힐끔 한번 쳐다 보시더니 별 말씀이 없으셨다. 

둘째 시간이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였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문을 여셨다. 밖에는 돌쇠할머니가 축구공 만한 보따리를 들고 계셨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돌쇠놈 할미라유"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지가 알고 시프내유. 왜 똥을 내라카는지"

"예! 그럼 그 보따리가"
"가가 말한 가근 너무 자가서 오강에 다마시유"

아이들 웃음소리에 교실은 그만 뒤집어지고 돌쇠는 책상위에 머리를 쳐 박았다.

 

===========

이상은 언제 어디서 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 기억과 상상을 섞어서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어제 대장암 검사를 받으러 갔다. 국민건강머머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으라고 문자가 여러 차례 왔다. 연말에는 복잡하니 미리 받아야 한다고 점잖은 협박을 했다. 처음에는 마마께서 1박2일 교육가고 없는 날을 이용해서 받으려고 했다. 아침을 굶고 가야 하는데 혼자서 아침밥 짓기도 귀찮으니 잘 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랑 같이 가서 받자"고 하기에 나도 그만 생각을 바꾸었다. 집을 비운 동안 혼자서 밥을 잘 챙겨 먹었다.

 

연말을 피해서 미리 받는다고 갔지만 병원은 엄청 붐볐다. 농사철이 끝나고 조용한 시절에 몰리는 것이니 연말과는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하겠다. 번호표를 뽑고 나서 페부기란 놈하고 놀면서 기다렸다. 카스란 놈도 '낑가' 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달랑 채변통 하나 주면서 일주일 내로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럼 왜 굶고 오라고 했는데?'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용도 길고 시력도 좋지 않았던 탓으로 대충 읽었다는 생각에 문자 내용을 확인해 봤다. '대장암(대변검사)'라는 내용은 들어 있는데 굶고 오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함부로 남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다시 두 친구하고 노닥거리면서 기다렸다. 13시가 지나서 옆사람의 검사도 끝이 났다. 병원 인근의 식당으로 가려 하니 30분 후에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내시경을 할 때 마취시킨 목때문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가다가 함창서 복어국으로 아점을 먹었다. 

 

코흘리게 어린 시절 채변 봉투 걷는 날은 소동이 벌어졌다. 화투짝 만한 비닐 봉투에 담아서 호롱불에 구워서 봉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뒤 성냥곽에 넣어서 가지고 간 것으로 기억한다. 곽 윗면에 이름을 적은 종이를 붙였다. 제대로 봉인이 되지 않아서 흐르는 경우도 많았도 냄새는 당연히 새 나왔다. 오늘 받은 통은 뚜껑과 막대가 일체형이라 막대로 떠서 뚜껑을 닫으면 되는 구조이다. 지퍼백에 다시 넣도록 되어 있으니 냄새도 안 나고 샐 염려는 전혀 없다. 중학교나 고등하교 때는 안내고 버티다가 얻어맏는 친구도 가끔 있었다. 끝내 안 나와서(?) 옆 친구의 것을 빌려 담은 놈도 있었고 가축한테 빌린 친구도 있었다. 

"이놈아 니가 소야"
"두 놈이 똑 같은 걸 내만~"

검사가 결과가 나오던 날 화가난 담임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나 저나 어제 한끼 밥값을 벌었다. 어떻게 벌었냐구요? 백수가 머해서 벌었겠수 그냥 한끼 건너 뛰었으니 번 셈이지.

'추억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방끈만 길었지  (1) 2022.11.04
자동차이야기  (0) 2022.11.04
머 니가 국시를  (0) 2022.11.04
추억의 흔적  (0) 2022.11.04
전화이야기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