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오늘가트만
땅과더불어
2019-05-20 14:51:05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 한잔 마시는데 엄마가 오셨다.
"나도 좀 다고"
"응 잡사봐, 이거 오리 고긴데 훈제라 카는기 참 맛있어"
"그거 말고"
"막걸리? 엄마 술 마실 줄 알아여? "
"야가 먼 소리여 때마다 석 잔씩 올리 놓고"
"그래도 안 마신 것 같은데?"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냐? 오리 고기에다 막걸리까지 마시니"
"오늘 두릅밭에 풀 뽑고 애썼다고 주네"
"얼매나 했는데? "
"니 시간 쪼매 더 했어"
"빌 닐이다. 방거치가"
"덥지도 않고 깔따구도 안 물어여. 오후에 또 갈껀데"
"무리 하지 말고 몸 조심해"
"하나도 힘 안 들어여. 나 계속 농사 짓고 살만 안댈까?"
"누구 속 디비 놀라고, 일이라면 돌바눌로 재를 치는 아가"
그때 아버님께서 참견하셨다.
"이전에 어떤 사람이 지옥에 떨어졌지. 지옥도 여러 가지인데 둘러 보고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거야. 살아 생전에 건성으로 기도 몇 번한 조그만 공덕이 있었던 모양이여. 어떤 곳에서는 바늘이 무수히 서 있는데 죄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밟고 지나 가는데 발에서 피가 줄줄 흐르던구먼. 소름이 끼쳐서 그냥 통과 했지. 다음에는 가마솥에서 기름이 펄펄 끓는데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더군. 역시 통과 했지. 연거푸 여러 곳을 통과하고 나니 똥통에 사람이 여럿 들어가서 머리만 내밀고 있더라구. 역겨운 냄새가 났지만 다른 것보다는 아주 쉬워 보였지. 그래서 여기서 살겠다고 말했어. 그런데 그 순간 저승사자인지 옥졸인지 나타나서 고함을 지르는 거야. 머라카는가 하만 <십분간 휴식 끝 천년간 잠수 시작>이라고 했지. 그양반 그 자리에서 기절 했다지"
"지금 그 이야기를 왜 하십니까?"
"ㅉㅉ 네 하는 꼴이 딱 그 수준이란 말이여"
"예~?"
"생각해바 오늘 같이 춥지도 앙코 덥지도 안한 날이 자주 이쓰까?"
"자주 읍다능거 저도 암니다"
"친구 만나서 이틀 놀다와서 일 쪼매 해 노코 농사짓고 살라카능기 비스타다 이말이다."
" ㅠㅠ"
"학교 그만 둘 때는 농사 짓는기 어지가이 쉬운거로 보이디? 세상에 쉬운 거 항개도 읍다"
"아 그런데 영감은 왜 또 아를 나무라고 그래요 시방?"
"다 지 잘대라고 하는 마리여"
"그래도 그러치 크는 아 기를 꺼끄만 안 대지요"
"기를 꺾다니? 애비가 자석 훈계하는데 그러키 끼어 들만 안대자나"
"흥! 훈계는 무슨 ~"
"머여 시방 한바탕 하자는 거여?"
분위기가 험악해 지자 겁에 질린 나는 큰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할매가 없다. 큰아부지도 안 보인다. 큰엄마도 어디 가셨는지 싸움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웃음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장난불장난 (0) | 2022.11.04 |
---|---|
당나라군대 (0) | 2022.11.04 |
운수좋은날 (0) | 2022.11.04 |
오대독자 득남기(하) (0) | 2022.11.04 |
오대독자 득남기(상) (1)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