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난불장난
웃음과더불어
2019-06-10 23:26:02
기가 막히게 좋은 구경거리에 세 가지 있다고들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물구경입니다. 그런데 직접 해 보는 것은 구경보다 훨씬 더 재미가 있습니다. 여북해서 돈 내고 남의 일해주는 체험학습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요즘 저도 가끔 물놀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노리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전인수]이고 또 하나는 [아전배수]라고 합니다.
아전인수는 가뭄에 하는 물노리입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참 신명이 납니다. 시들어 가던 작물이 소생하는 모습을 보는 감격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옛 어른들께서 <마른 논에 물 들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을 "흉년에 자식 입으로 밥 넘어 가는 모습"에 견주어 표현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요즘은 비오는 날도 [내논에 물대기]를 합니다. 옛 어른들께서 보시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겠습니다. "오뉴월에 삼복더우에 방안에 불 피아 노코 덥다고 에어큰 키 노코~요새 아들은 아까운 주를 몰라여" 그 언젠가 우리 엄니께서 하신 말씀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요놈의 비닐 하우스 보조금 받아서 지어 놨으니 양심상 놀릴 수는 없고 그 댓가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습니다.
물이란 것이 없어도 안 되지만 많아도 골치 아픕니다. 비가 오면 작물들이 더 잘 자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물에서 자라는 나락한테도 물을 주었다가 빼앗았다가 주기적으로 반복합니다. 물에 잠겨 있던 땅이 물 위로 드러나면 그때부터 풀들이 쑥쑥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비가 자주 오면 물이 잘 빠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것이 아전배수입니다.
물려받은 황령리566번지는 논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을 마지막으로 벼농사를 그만 두고 밭으로 경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수작업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오른 쪽 중간 지점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은 샘이 있고 좌측을 돌아서 아래로 내려 가는 공용 수로(U관)가 조금 높아서 물빠짐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유월 중순 물길을 바꾸는 대규모토목공사(?)를 벌렸습니다. 공용 수로관 조금 아랫 부분(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도록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서 삽과 곡괭이들고 한 일입니다. 한 이틀 걸렸고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물이 흐르는 그 순간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감동은 흘린 땀의 양만큼 온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 논배미 합치기 공사를 다시 했으니 혼자서한 토목 공사의 유효기간은 일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불장난도 참 재미 있다고들 합니다. 어린 시절 하교길에 불장난 하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잔디 풀섶 등을 태우고 끌 때는 발로 비벼 껐습니다. 고무신을 신었으니 불똥이 튀어 나이론 양말에 구멍이 생겼지요. 그리고 요즘 농사를 짓다보면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불장난을 하게 됩니다. 저렇게 덮어 두었다가 비오는 날을 이용해서 태웠습니다. 산불위험에서 벗어나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시도해 봤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그만 두었습니다. 안전한 불장난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6월에 쓰다가 만 것을 오늘 완성하여 공개를 합니다.(2019.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