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령사를 찾았다. 그동안 불법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세상이 어떠하든 종단의 사정이 어찌 돌아가든 내 믿음만 두터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다짐을 했다. 법석에 앉고 보니 전화기가 없다. 세워둔 차에 가서 찾아도 없다. 그저 한숨만 나온다. 어제는 옆사람이 그러더니 내외가 교대로 잘도 한다.
잠시 전화기를 빌려서 법요식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봉암사 참배는 단념하고 점심 공양 후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486번지를 들러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고사리만 놓고 보면 내일 아침에 꺾어도 될 듯하지만 날씨를 알 수 없으니 오늘 오후에 꺾자고 하셨다. 3시 전후해서 옆사람이 "오늘은 양이 적어서 혼자 꺾어도 되니 하고 싶은 일 하라!"고 말한 후에 갔다.
30분 정도 지체하다가 두룹밭 제초작업을 하려고 연장을 챙겼다. 그런데 중장비가 소리가 나서 아랫집을 보니 마당에 자갈을 깔고 있었다. 객지에 사는 사형들도 와서 있었다. 잠시 가서 참견을 하다가 돌아 오는데 막걸리가 나왔다. 한잔을 마시고 돌아 올때는 제법 얼큰하게 취기가 돌았다. 갈까말까 망설이는데 집안의 무성한 잡초가 눈에 들어왔다.
낫으로 찾아 들고 집안의 잡초를 깎기도 하고 뽑기도 했다. 며칠 전에 깎아서 모아둔 것도 여기저기 보였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풀을 베어서 치우지 않고 집안에 쌓아 두면 그냥 두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물론 저렇게 풀이 무성하도록 지금까지 내버려 둔 사람으로서 할 말이 못된다는 생각에 입은 다물었다.
낫으로 베고 한곳으로 모으고 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 고기 사왔으니 함께 저녁 먹자는 재종 아우님의 제안에 그러자고 했다. 6시 30분까지 오라는 다음 전화에 번복을 했다. 부처님 오신날 절에 가서 정성을 들이고 았으니 고기 먹는 것은 피해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동생도 양해를 하는 듯했다.
꺾어온 고사리 삶아 놓고 저녁을 먹다가 생각이 났다. 절에 갔다와서 근신한다는 사람이 옆집에서 막거리를 마셨던 것이다. 안주로는 수육까지 먹었던 비리까지 생각이 났다. 그러니 아우님에게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아우야 미안하다! (23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