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베고나서
땅과더불어
2019-08-15 12:52:07
오랜만에 청너머 밭에 가보니 풀이 산을 이루었다. 두릅나무는 무성하여 그 밑으로는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가죽(참죽, 죽잎)나무와 산초나무 가까이에 있는 풀만 낫으로 대충 잘라 주었다. 엊그제 보다 기온이 좀 내려갔다고 하는데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나머지 풀은 나중에 예초기 손좀 봐서 잘라 줄 작정이다.
산초나무가 꽃이 한창인 것도 있고 벌써 알이 굵은 것도 있다. 한 밭에 있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계피(재피) 나무가 비슷하다는데 혹시 그것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잘 아시는 선배님한테 사진을 보내니 모두 산초가 맞단다.
작년에는 뒷집 언덕에 있는 나무에서 딴 산초로 처음으로 기름을 짰다. 이홉들이 소주병으로 겨우 한병 남짓 짰는데 '농갈라' 먹지도 못하고 매도했다. 천식이 있는 사돈(사실은 아부지네 사돈)이 약을 한다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돈을 받으면 안 되는 줄 알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거금을 받고 말았다.
저것들이 잘 여물면 올개는 조금더 많이 나오려나 모르겠다. 그러면 약으로도 팔고 노나 먹자고 기대를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