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누이좋고매부좋고

임재수 2022. 11. 4. 17:45

누이좋고매부좋고

땅과더불어

2019-07-10 19:11:19

 

"빨리 일어나 물 받아야지?"
"나중에 해도 대요"

어제 예비적마을기업 실무자교육 받고 와서 늦은 시간까지 페부기하고 놀았던 관계로 좀더 자고 싶었다. 그래서 짜증이 좀 났지만 내색은 못하고 홑이불을 머리까지 덮어 썼다.
"아래도 받다가 물이 모지래서 그만 돗다민서?"
"그땐 딴 집에서 받니라~, 오늘 오후에 비오고 나만 급팔거 항게도 읍서요"

"백수는 공일날 놀러가만 안댄다고 니가 캐찌?"
"주말에는 직장에 매인 사람들이 모두 움직잉께 그때를 피하만 그 사람들도 조코 백수는 평일날 가만 비행기 싹도 헐하고 식당 숙소등 모든기 싸서 누이조코 매부조은 격이지요. 그런데 왜 그 이야기가 지금 나오지요?"

"상간 이따"

"예?"

"지금 물 바드만 누이조코 매부 조타"

"아부지요 지금 무신 말씀하시는교?"

"생각해 바라 농군들은 물을 미리 바다 노키가 어렵따. 왜냐 하만 눈코 뜰 새 업씨 바뿌니까. 시간이 마는  니가 물을 미리 바다 노커라 이마리다. 다른 사람 안 바들때 땅꾸나 통에 미리 채아 노만 서로 조차나 "

 

후다닥 일어나서 보니 벌써 밖이 훤하다. 옆사람은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한다고 벌써 들에 가고 없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혼자서 밥을 차려 먹었다. 차를 몰고 갑부뜰 있는 마을 공용 관정으로 갔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원을 켜고 공용 물탱크로 가서 우리 논으로 물이 흐르게 벨브를 조작했다.

 

물 받기는 금방 끝이 났다. 다시 벨브를 원래대로 돌려 놓고 관정의 모터 전원도 내렸다. 옆사람은 들깨 모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로를 이용해서 물을 주었다. 통에 받은 물을 나르기도 하고 수로에 흘러 내리는 물을 받기도 하는 등 심은 곳에 가까운 것을 이용했다. 비소식은 있지만 확실히 장담을 할 수 없기에 만약을 생각해서 조금씩 주었다.한참 하다가 옆 사람이 아침 먹으러 집으로 갔다. 

 

먹고 나온 나는 그냥 기다렸다. 지루해서 동네 한바퀴 돌고 왔지만 옆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아버님의 말씀이 또 들려왔다.

"일 안하고 머하노?"
"옆사람이 심어 논 거에 물 다 조써요"
"그럼 다른 거 하만 대자나"
"머 하라고 안 갈챠 주고 가써요"
"그건 니가 알아서 해야지 우째 그리 한심하노 ㅉㅉ"

그래서 제일 가까운 집으로 가서 아지매한테 호미를 빌려 와서 풀을 매기 시작했다. 장갑이 없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냥 계속했다. 집에 가서 장갑 챙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니 또 무슨 말씀을 들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 쯤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오른 쪽 손 바닥에 이상한 느낌이 왔다. 자세히 살펴 보니 물집이 생겨서 벗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집에 갔다 온 옆사람이 보더니 한마디 했다.

"하우스 안에 장갑 인는데 일하기 시러서 잔머리 굴리는 거지?"

"우째 아랐지?"
"아무리 수 써 봐야 내 손바닥 안이랑께 ㅋㅋ"

 

계속해서 모종하고 물 주다가 보리마저 베었다. 후배이자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는 권모씨가 옆밭에 뿌리면서 우리 밭(논)에도 조금 뿌려준 것이었. 조금 이르다고 말을 하면서도 낫을 들고 베기에 나도 따라 베었다. 역시 비소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두 되는 나올지 모르겠는데 옆 사람은 새싹보리를 만들어 먹는다고 기대가 크다. 

 

참깨는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다.

보리도 베고

일하기 싫어서 수를 썼지만
꽃 피기 시작한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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