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말뚝박기

임재수 2022. 11. 4. 17:40

말뚝박기

땅과더불어

2019-05-25 17:08:11

고추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다섯 포기 간격으로 어제 말뚝을 박았다. 그리고 가는 끈을 돌려서 묶어 주는 일은 나중에 할 것이다. 노지 재배보다 키가 더 많이 자란다고 해서 150cm 짜리 말뚝을 준비했다. 예전 것보다 조금 높아서 망치질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에 콘테이너 박스를 준비했고 그 위에 올라서서 때리려 했다. 내 키가 160 조금 더 되고 그냥 밀어도 조금은 들어가니 올라서는 하는 일은 결국 없었다.

 

망치를 세게 휘두르면 빗나가 말뚝을 잡은 왼손을 칠 염려가 있다. 잡지 않으면 똑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언젠가 보았던 밑둥이 넓은 망치 (빗맞을 가능성이 적음)를 빌리러 갈까 생각도 했다.

 

그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다 보니 후배 안태석씨였다. 이런 연장을 하나 주면서 사용해 보라고 했다. 말뚝 끝을 연장의 홈에다 넣고 양손으로 잡아서 내리치니 쉽게 잘 들어갔다.  중간중간 섞어 박으려던 기존의 짧은 말뚝은 그만 두고 새로 사온 긴 말뚝 50개를 금방 다 박았다. 새로 50개를 더 사와서 끝내려는 생각이다.

 

내 고장 상주에서는 농기계 박람회가 격년제로 열린다. 가 보면 신기하고 편리한 것들이 참 많이 나온다. 소 몰고 논밭을 갈아야 하셨고 둥기미에 비료를 담에 무논을 걸어 다니며를 뿌리셨던 아버님이 보신다면 아마 기절초풍하시리라.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농기계 중 가장 일반적인 트랙터는 수천만원이다. "농기계 제조 회사만 배불리는 대한민국의 농업"이라고 누군가 불평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도 공감을 한다.

 

무슨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불평만 늘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서 <작지만 아주 강력한 농기구>를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규모 고령농이나 귀촌하여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발명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특허료인지 저작권료인지 제대로 챙기고 살아야 하겠다.

 

이웃 잘 만난 덕에 말뚝 박기 쉽게 잘 끝냈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그런데 여러분들 말뚝 박기 놀이 많이 했습니까?


추억이 담긴 말뚝 박기 사진(서울신문에서) 보기

 

“말뚝박기 나도 해볼래요”

서울의 아침 기온이 4도에 머무른 8일 털모자를 쓴 꼬마 외국인 관광객이 종로구 세종로 국립민속박물관 앞에 설치된 말뚝박기 놀이 조형물을 구경하고 있다. 기상청은 9일부터 서울의 최저기온

ww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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