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물놀이를
땅과더불어
2019-05-01 13:54:48
오늘은 노동절이니 휴일이라고 한다. 나야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물놀이 하러 가자고 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따라 나섰다. 그게 바로 최상의 보신책이라는 것은 최근에야 터득했다.
목적지에 나가 보니 나홀로 물놀이였다. 비키니 수영복 입은 미녀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재미가 좀 있었다. 두어시간 지나자 힘도 들고 지치기 시작했다.
너댓 시간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점심을 먹었다. 노는 것도 피곤하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텔레비전 켜 놓고 누워서 쉬는데 깨톡깨톡 소리가 울렸다. 친구들 모인 단톡방이었다. 들어가 보니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간 친구들이 멋진 사진을 올렸다.
나보고 뭐 했느냐고 물었다. 오전에 물놀이하고 들어와 쉬는 중이라고 했다. 요새 무슨 물놀이냐고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사장님이 찍어 주신 인증샷을 날렸다. 그런데 친구들이 일러주었다. 그건 물놀이가 아니라고 했다. 휴일에 그것도 노동절에 부려먹는 고용주가 요즘도 있냐고 혀를 차는 친구도 있었다. 임금에다 휴일 수당까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안주면 청아대 아니 무슨 청에 진정하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그래서 사장님보고 평상시 일당의 1.5배를 달라고 했다. 가타부타 대답이 없이 그냥 씩 웃기만 했다. 그냥 얼렁뚱땅 넘길려고? 이건 아니지. 그 무슨 청이라는 곳에 전화를 했다. 까짓거 이판사판이다. 알았다고 하더니 사장님 연락처를 물었다. 알려주었더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 오후 세시 넘어서 사장님이 고사리 꺾으러 간다고 나섰다. 말로는 집에서 쉬라고 하는데 표정을 보니 영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일이 끝날 때쯤 전화가 왔다.
"그분은 당신이 사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다만 그분이 시키는대로~"
"566번지 논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습니까?"
"아버님이 물려 주신 거라 제 명의로~"
"농업경영체 등록은 누구 명의지요?"
"제 명의로~"
"그럼 당신이 사장 맞구먼! 사람 바빠 죽겠는데~"
"여보시오 제 말좀 들어보시랑께"
"뚜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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