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이라는것_두릅나무줄기를정리하다가
땅과더불어
2019-04-29 17:24:50
두릅나무 키가 너무 자라면 내년 봄 꼭대기에 높이 달린 순을 따기가 어렵다. 그리고 수확할 만큼 알맞게 자랐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무의 일부는 수확하면서 잘랐고 남은 것들도 며칠 전에 다 잘랐다. 그리고 오늘까지 사흘에 걸쳐서 그 줄기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한쪽에 쌓아 두었다. 한두 해 지나면 껍질과 가시가 함께 삭아서 없어질 것이다. 그후 집으로 가지고 가서 땔감으로 쓸 작정이다.
밭 가운데서 밖으로 옮기는 일은 지게로 한다. 언젠가는 외바퀴 손수레로 옮기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바퀴가 잘 구르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멧돼지가 가끔 출몰해서 땅을 뒤집어 놓은 탓이었다. 게다가 자르고 남은 줄기가 허리 정도의 높이라 걸리기도 했었다.
양손에 낫을 잡고 팔을 적당한 간격으로 벌려 가시나무를 지게 위어 얹었다. 어떨 때는 장갑(그냥 보통~) 낀 손으로 가시 없는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잡기도 했었다. 그러니 일의 진척이 <밥 빌어 먹을 수준>이었다. 작년까지 아니 올개도 한두 번 그런 방식으로 일을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 가시를 만지는 특수한 장갑이 있다고 했다. 자르는 일과 운반하는 일을 함께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난 뒤에는 몽땅 자르고 난 뒤 그 장갑을 사서 운반하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찾으니 철물점에 가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철사로 만든 것이 아니면 쇠로 코팅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죽 장갑 수준이었다. 이정도로 가시를 막을 수 있을까 미심쩍었다. 주저하니까 주인아저씨께서 <힘을 주어 아주 세게 쥐지 않으면 찔리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셨다. 다른 곳에 가서 <철사로 된 장갑>을 찾아 볼까 하다가 비오는 날이라 서글퍼서 그냥 구입하고 말았다. 밑져봐야 5천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가끔 찔릴 각오를 했지만 결국 기우에 불과했다. 약간 부족하기는 하지만 만족하다고 하겠다. 가시나무는 살짝만 잡아도 손에서 빠지지 않으니 세게 잡을 일이 없었다. 어떤 가시에도 찔리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면 너무 투박해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불편도 없다면 가격이 너무 비싸 실용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때 수학여행을 가서인지(?) 처음으로 갑옷이란 것을 봤을 때였다. 가죽 조끼에 동전만한 쇠조각이 돌아가며 달려 있었다.
"이정도로 창과 칼을 막을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 완벽하지 못하다는 말씀이네요"
"창칼을 완벽하게 막으려려면 두꺼운 철판으로 온몸을 둘러 싸는 수밖에 없겠지요.그런 것을 입고 말을 타고 달리거나 창칼을 휘두를 수 있겠습니까?"
"물론 없지요. 그런데 이런 것을 입는다고 도움이 될까요?"
"정지해 있는데 창이나 칼로 정확하게 찌르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화살을 날리면 갑옷을 입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장에서는 멀리서 날아온 화살에 맞을 수도 있고 싸움에 지쳐서 힘빠진 창칼 공격도 있습니다. 아니 이런 경우가 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때 갑옷이 생명을 지키는데 유용한 수단입니다."
갑옷도 그렇고 가시 만지는 작업용 장갑도 그렇다. 아니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어느 한쪽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면 다른 측면에서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도둑을 하나도 빠짐 없이 잡으려 들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람이 나온다. 해충을 완벽하게 구제하려 들면 유익한 곤충도 죽고 사람에게도 해가 간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벗어났다. 지게로 져서 날라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도 짊는(지게 위에 얹는) 시간이 단축되니 진도가 조금 빨라졌다. 오늘 끝내려고 했는데 비가 내려서 조금 남기고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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