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자가용을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고향 마을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친척 아주머니를 만나서 태워주는데 "나도 좀 태끼 조" 두어 분이 나타 났습니다. "그동안 남의 차 얻어 탄 적이 많았는데 나도 이제 적선 좀 해야지"하는 우쭐한 기분으로 가득 태웠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버스 기사분이 나타나서 한마디 하셨지요. "이 동네 버스 안 다녀도 되지요?" 사실 우리 동네는 버스 종점이고, 여기에 도착한 버스는 한참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돌아 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버스 손님을 가로챈 것이네요.
내서 중학교 선생님 한 분이 출근하시는 길에 신촌 부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 둘을 매일 아침 태워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버스 운전 기사가 학교에 나타나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요"라고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시골 버스 대부분이 적자 운행이고 시에서 보조금 받고 운행하는 처지이니 "학생 둘 때문에 밥 줄 운운"은 과장 된 표현이겠지요. 하지만 매일 아침 이용하던 고정 손님마저 없어지니 운전 기사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싶습니다. 어찌 되었건 내가 베푸는 선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누가 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이끌어 가는 분들은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모두가 잘 살고자고 추진한 사업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반드시 손해 보는 일이 있습니다. 터널이 생기면 고개위에 있던 휴게소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사대강 사업으로 <골재 채취 업자>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자살까지 하였습니다. 다리가 놓이면 나룻터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타격이 큽니다. “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많은 사람이 이득을 본다면, 전체가 발전하는 일이라면, 어찌 소수에게 희생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그 사업이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희생당하는 소수가 낸 세금도 그 속에 포함 되었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나 정책이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지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이 적절한지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2013.3.20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