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면민체육대회

임재수 2024. 1. 18. 20:08
오늘 은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은척면민체육대회 및 노래자랑이 있었다. 그래서 퇴직후 모처럼 우리 동네 사람뿐만이 아니고 이웃 동네 그리고 면내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은척국민학교”는 나에게 경이의 대상이면서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우리는 은척국민학교 황령분교에 입학하였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전교생이 100여명 정도였던 것 같다. 교실 두 간에 선생님 두 분이 두 개 학년(학급)씩 복식 수업을 하셨다. 우리 분교 학생들이 본교를 방문하게 되는 일이 가끔 있었다. 건강 진단(신체 검사), 가을 운동회 등의 행사가 있을 때 “황령 촌놈”들이 선생님을 따라 20여리 길을 걸어서 본교를 찾아 갔다. 그러면 우리는 우선 엄청나게 큰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기가 질렸다. 6개 학년 열두 학급에 7~8백명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본교에 도착하면 선생님들께서는 우리를 현관 근처에서 기다리게 하고 잠시 교무실로 들어 가신다. 그리고 조금 후 쉬는 시간이 되면 본교학생들이 밖으로 우루루 몰려 나온다. "어, 황령 촌놈들 왔네!" 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를 빙 둘러 싸서는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놀리고 온갖 희롱을 다한다. 물론 육체적인 위해를 당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잔뜩 겁에 질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본교생이 분교를 방문할 때도 있다. 일년에 꼭 한 번 가을 운동회 때이다. 그때는 분교에 없는 방송 설비등을 본교에서 공수해 온다. 그리고 분교는 저학년밖에 없고 학생수도 적어서 할 수 없는 곤봉체조, 기계 체조 등의 구경거리를 본교의 5~6학년 학생들이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다니던 분교는 6학년 때 황룡국민학교로 독립했다가 다시 분교가 되더니 7~8년 전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본교마저 전교생이 30명도 안 되는 작고 아담한 시골학교가 되었다. 엄청나게 인구가 줄어드는 “텅빈 농촌” “노인만 사는 농촌”을 실감했다. 그 시절에는 내 동기생이 남녀 합해서 14명이었는데, 이제 우리 동네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유일한 미성년자다.
오늘 체육대회에서 나와 나이가 비슷한 “본교 졸업생”을 만나서 옛날 우리가 당했던 “분교생의 설움과 본교생의 횡포”를 이야기했더니 그냥 빙그레 웃었다. 허참 벌써 50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세월의 무상함이여! (20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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