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조기(굴비)

임재수 2024. 1. 18. 12:02
조기(굴비)
제사를 지내야만 먹을 수 있는 것
제 주변의 사람들이 최고급으로 알았던 것
그런데 사실 그 시절 나는 조기가 싫었다. 한 마디로 “소금덩이”.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 옛날 우리 동네에서는 어물이란 것이 그런 것밖에 없었다.
제사를 모시고 며칠 후 큰 집에 가면 할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
“칠성아 쪼구하고 밥 먹자”
“싫어!”
억지로 팔을 잡아끌면서
“이리 와 쪼매만 먹자”
“어머님께서는 안 먹는다는 걸 왜 자꾸 억지로---”
끝내는 큰아버지(아드님)께서 하시는 핀잔을 들어야 끝난다. 할머니께서는 칠성이(손자)가 조기 싫어하는 것은 모르시고 오로지 손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조기를 먹이고 싶으셨던 것이다.
37년 전 그러니까 내가 대학2학년 때 아버님께서 간경화증으로 돌아가시기 직전 병원 치료를 단념하고 시골집에서 누워 계실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누가 무엇을 들고 문병을 왔다는 이야기를 어머님께서 한평생 가슴에 묻어 두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셨다. 그 때 친척 할머니 한분은 제사 때 쓰셨던 조기 한 토막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고 “그까짓 조기 한 토막”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시절에는 그만큼 귀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오늘 집 사람과 여행길에 올랐다. 법성포에 들러 “굴비 정식”을 먹었는데 작지만 구운 굴비가 두 마리씩(네 마리나) 올라 왔고 다른 반찬도 푸짐했다.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어서 남은 것을 포장해 달래서 가지고 나왔다.
푸짐한 반찬에 굴비를 보니 돌아가신 분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쪼구 삐다구 만 빨아도 밥이 저절로 넘어 간다”는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머님께서는 2년여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때는 조기든 뭐든 많이 해 들릴 수 있었는데,(13.3.9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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