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표절 자백

임재수 2024. 4. 16. 09:03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개학이다. 첫번째 국어시간 각자 써 온 작품을 돌아가며 읽었다. 드디어 칠푼이 차례였다. 자신만만하게 일어서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낭독했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춘풍/ 다 보내고// 낙목 /한천에 /네 홀로/ 피었느냐//아마도/오상 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여기저기서 감탄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럴 때는 박수를 치는 거야" 반푼이가 일어서더니 운동회 응원단장처럼 손짓으로 부추겼다.

--낙목한천이 무슨 뜻이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늦가을 풍경입니다.
--오상고절은?
--오상은 옆동네 00면 오상리를 말하고요, 그 동네 노푼 곳애 즐이 있슴미다.
--저기 가서 무릎 꿇고 손들어!

사실은 고등학생 헝아 국어책에서 칠푼이와 팔푼이가 사이좋게 하나씩 베낀 것이었다. 그런데 칠푼이가 복도에서 무를 꿇고 손들고 있는 광경을 옆반 팔푼이가 지나가다 보았다. 상황을 파악한 팔푼이는 그날 저녁 고등학생 헝아의 도움을 받아서 철저하게 대비를 했다.

그 다음날 국어 시간 팔푼이 차례가 돌아 왔다. 잔뜩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다.
풍상이/섞어친 날에/갖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인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선생님 : 도리가 뭐냐?
팔푼 : 도는 복사꽃이고 리(이)는 옹애꼬침니다.
선생님 : 가들은 꽃이 아니냐?
팔푼 : 늣갈게 찬설이 맞으민서 피는 국화만이 지조 높은 슨비의 표상이라고~
도화 : 머~어? 그만 우리는?
팔푼 : 따땃한 봄날에만 그렁께 시류에 영합하는~
이화 : 멋이라! 그걸 말이라고 해여? 
도화 : 여름철 땡빛 읍서만 가을이가 온들 국카가 무슨 수로 피나?
팔푼 : 그~ 그건 사실 말이야!
이화 : 알지도 몬하민서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그것도 나매 가슴에 대못을 방는
팔푼 : 그~어기 말이다 사 사실은 내가 지인 게 아이고 시이야 구거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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