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아침부터 고사리밭에 줄을 긋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알림 소리가 자주 울렸다. 연결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하여 나오는 소리라 멀리서도 잘 들린다. 무시하다가 연이어 들리는 소리에 열어 봤다. --[Web발신][사이소][000] 입금완료 되었습니다. 발송요청합니다--이런 내용의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이소 월요특가 주문이 들어오는 날이다. 자세한 사항은 집에 가야 알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눈 어둡고 스마트폰 조작이 서투른 할배의 한계다.
작업이 끝나고 잠시 한숨을 돌리며 헤아려 보니 무려 50여 건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이소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그런데 1봉씩 주문한 것이 13건이나 되었다. 고사리 1봉(100g) 가격은 2만원 이하이니 지금까지 택배비는 소비자 부담이었다. 그래도 택배비를 부담하면서 주문하는 소비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다니 아무래도 착오가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실수였다. [조건부 무료배송]이 아니고 [무료배송]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신청을 하면 사이소 전체 관리자가 설정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화면)을 캡쳐하여 보내면 나는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확인을 안 했던 탓이었다.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판매수익에 비하면 적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상자도 많이 준비해야 하고 포장 작업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조기 매진이다 보니 농가별 배분 작업도 일찍 시작하고 끝냈다. 저녁 밥상에 오른 돼지고기 몇 지름이 안주로 보였다. 육신의 피로도 풀고 꿀꿀한 기분도 달랠 겸 반주 한잔 마셨다. 까짓거 잊어 버리지 뭐! 돈 몇푼에 목멜 처지도 아니자나! 거실에 배호 문주란 이미자 그리고 서양 가수까지 불러다 놓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때 어디선가 비알밭 메는 소리가 들려온다.
--천하태핑이구나, 소내가 음채미 크다는데.
--우째 여까정?
--택배비 물어주고 나만 배보다 뱃곱이 더 크다고 다들 수군거리더라!
--이미 엎질러진 물잉걸 어쩌라구요!
--회초리 꺾어서 뒷미기로 가봐라.
--회초리 대신 사표 써 가만 안댈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시방?
--앗 아부지!
--하기 실타고 함부로 사표 내 던지고 그러면 못쓴다.
--눈도 어둡고 총기도 하루가 다르니 이제 고만하고 시고 시퍼요!
--에이 블써 그카만 안대지.나보다 한참 즐믄께, 떠벌린 마실 사읍 끝까지 해보자고!
--앗 대표님!
아버님 어머님의 얼굴이 사라지고 안회장님 목소리가 들리더니 아무도 없다. 옆에서 코고는 소리만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