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연수를 가면 강사들이 가끔씩 하는 불평이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말 안 듣는 집단이 선생님들이다. 심지어는 "저래 가이고 학생들을 어이 가르칠까"라는 말까지 들었다.
강사 : 윈도우엔티는 서버용 운영체체라 끌 때는 반드시 로그인 해야 합니다.
학생1 : 그럼 계정과 비번을 모르면~
강사 : 당연히 끌 수도 없습니다.
학생2 : 전원 코드 확 뽑아 버리면 될 낀데!
강사 : 허허! 제가 졌습니다!
웃기려고 한 말이겠지만 정보화 연수 과정에서 나온 대화였다.그냥 끄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니 반드시 종료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니 계정도 있어야 하고 비밀번호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서버만이 아니고 개인용 컴퓨터도 다 그렇다.
그건 그렇고 사돈네 며느리가 장모님 딸을 위해서 로봇 청소기를 사주었다. 그리고 스마트 폰에 관리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가고 난 뒤에 몇번 사용하는 것 같더니 중단했다. 비밀 번호를 까 먹었단다. 연락을 해서 비밀 번호를 알아 냈다. 다시 사용하더니 얼마 후에는 휴대 전화를 교체해서 중단했다. 사용과 중단이 서너 차례 반복 된 것 같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시큰둥 아니면 무관심이었다. 어쩌다 하는 편이지만 밀대에 걸래 달아서 힘주어 밀어야 청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한테 청소를 시킬 때는 장애물을 치워 주어야 하는 것도 불편했다. 화장실 문을 닫지 않아서 문턱을 반만 넘어서 꼼짝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력은 안 좋은데 좁은 화면을 보고 손락으로 누르고 미는 어려움이 어쩌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두주 전에 생질이 다녀 갔다. 장모님 딸도 없는데 청소를 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 설치 그런 것 안 해도 된단다. 억지로 비밀 번호 기억할 필요도 없단다. 청소기에 달린 전원 버튼만 누르면 작동이 된단다..
전원 플러그만 확 뽑으면 서버 컴퓨터가 꺼진다 농담과는 다른 각도의 충격으로 다가 왔다.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고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