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눈길

임재수 2025. 2. 12. 23:10

앞 유리 눈을 치우고 시동을 거는데 문을 두드린다. 창을 내리고 보니 엄마가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눈이 이키 마이 왔는데 어대 갈라고?
--선거관리위원이라 회의가 있어서
--그건 더 위험항거 아이가?
--먼말이라요?
-- 슨거갈리원 그거하만 개엄이가 잡아간다고 하든대?
--그기 아이고 오늘 오후 두시에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아무튼 이런날은 나댕기지 말고 가마이~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눈이 제법 많이 쌓였다. 부지런한 이장은 벌써 트랙터를 몰고 우리 집 앞을 막 지나고 있었다. 복장을 갖추고 가래를 들고 우리집 진입로 눈을 치웠다. 어제와 달리 춥지도 않았고 땀을 좀 흘리고 나서야 끝났다.

회의 시간이 오후 2시라 점심 먹고 출발했다. 주변 들판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였지만 도로의 눈은 대부분 녹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은척면 하흘리 다시 말해서 면의 경계를 벗어나자마자 도로 사정이 눈에 띄게 달랐다. 하늘이 은척면만을 특별 대우하사 눈을 적게 주신 것도 아닐 터인데 이게 무슨 조화지?

그러다가 생각이 나서 박일용 은척면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행설수슬 한마디 해 드렸다. 
--은척면 내 도로는 유달리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 못난 선배의 안전을 생각해서 특별히 면장님께서 제설작업에 신경을 써 주시니 ~.

경사진 우리집 진입로(가래로 내가 치운)
이장님이 트랙터로 밀고간
이장님이 트랙터로 밀고 간
안마당은 그냥 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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