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배달 사고

임재수 2022. 11. 4. 19:07

배달 사고

가족과더불어

2020-12-20 19:35:57


오늘도 저녁을 먹으면서 한잔 마셨다. 이런 날은 술을 먼저 마시고 밥은 각자 알아서 퍼다 먹기로 의견이 일치했다. 밥을 차려 주고는 안 먹는다고 또는 남긴다고 지청구를 듣기가 싫어서 내가 먼저 했던 제안이다. 한잔하고 난 뒤에 먹기 싫을 때도 있고 먹고 싶어도 제대로 추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안의 배경이었다. 시행을 하고 보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안주는 돼지고기 앞다리 살인데 상주생각에서 사온 것이다. 옆 사람의 입맛에 딱 맞다고 하지만 나야 뭐 아무거나 좋다. 상추 쑥갓 그리고 겨자채와 배추는 우리가 생산한 것이지만 상주 생각에 출하했다가 팔리고 남아서 회수해 온 것들이다. 약간 시들기는 했지만 맛은 아직 여전했다. 먹고 마시다가 인증샷을 날렸더니 대구에 사는 매부가 호응을 해 왔다.

 

상을 치우고 난 뒤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잠시 댓글 놀이를 했다. 그때 갑자기 포졸들이 들이 닥쳐서 포박을 했다. 무슨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윗선의 지시를 따를 뿐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문 밖을 힐끗 쳐다 보기에 시선을 따라가 보니 동문수학했던 친구이자 현재 형방인 아무개의 얼굴이 보였다. 대면하기 싫었던지 부채로 얼굴을 살짝 가리면서 돌아 섰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친구도 임무를 수행중이니 만나봐야 입장만 난처해질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도 친구의 배려인지 포승줄은 풀어 주었다.

 

죄인을 왜 포박하지 않았느냐고 본관 사또는 짜증부터  냈다. 조사를 해 보지 않았으니 아직 죄인은 아니라고 형방이 변명을 했다.
"도망 가면 형방이이 책임질겨?"
"운동해때 달리기하만 맨날 꼴찌만 하던 친구라 도망 가 바야~"
"그렁께 친구라서 바 준거라 이런 말이네"
"송구하옵니다"
"그런데 사또 소생이 도대체 무슨 지를 지엇사온지?"
"요즘 주지육림 속에 파묻혀 산다는 풍문이 들리던디"
"저는 여색을 삼가고 조심하면서 한평생 살아 왔다고 자부하는데 주지육림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이렇게 증자가 인는데도?"

이방이 대신 내 미는 사진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에 내가 보낸 것이었다. 

"대지 고기 좀 구워 놓고 반주 삼아 한잔 마신 걸 주지육림이라고 하시다니 말이 안 나옵니다."
그러자 사또는 모여든 구경꾼들을 향해 사진을 돌리면서 말했다.
"다들 보시오 이 비싼 양주를 누구나 마실 수 있는지?"
"술은 비싼 거 맞네"
"그러키는 하지만 겨우 한병"

"무슨 소리요 오늘만 아니고 매일 저녁 마신다던데"

"우째 그런 윽지를~"
"그리고 아직도 마이 남았다고 하던대?"

다시 이방이 사진을 내 밀었다. 선물 상자 그대로 뜯지도 않은 것이 제법 많이 찍혀 있었다. 
"마시고 버린 병도 많다던데 증거 사진 어이 댔는고?"
"사또 거기까지는 제대로 살피지 몬했습니다."
"아니 형방 자네가 친구라고 증거를 업샜구먼 "

그러던 차에 헐레벌떡 동생들이 한꺼번에 달려왔다.

"사또 이 술들은 모두 저희들이 드린 것이옵니다."
"머어라? 이 많은 걸 형한테?"
"아부지 엄마 대접하라고 보낸깁니다."
"그렁께 배달 사고네!"
"콩고물 좀 손에 묻은 거지 배달사고는 아니~"

그러자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 뒷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ㅉㅉ 마지가 무슨 벼슬인감?"
"세상이 그러차나 우리 아부지도 마지만~"
기가 막혔지만 차근차근 해명을 하고 나갔다. 
"그게 말입니다. 한 번에 두병도 오고 세병도 사오는데 한병은 뜯어서 대접하고 나면 나머지는 남습니다. 일년이면 너댓병 남고 3~4년 모이니 ~"
"그건 아는데 이웃 사람들캉 농가 마시거라 그러만 이런 사달이 안난다"
"예?"
분위기가 이상해서 고개를 들고 보니 사또 얼굴이 아버님으로 바뀌었다. 이방도 없고 친구였던 형방도 그리고 구경꾼도 모두들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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